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핑계나 책임전가는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더 잘 던졌어야 했다”는 게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고도 웃지 못한 ‘코리언 몬스터’의 변명이었다.

류현진(31·LA 다저스)이 한국인 빅리거 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WS) 무대에 선발 투수로 올랐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 WS 2차전에 선발등판해 4.2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1실점 후 5회말 2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라이언 매드슨이 승계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 들여 류현진의 실점이 크게 치솟았다.

아쉬운 투구였다. 2회 1사 후 잰더 보가츠에게 2루타를 맞고 2사 후 연속 안타를 내주며 1실점했지만 4회까지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중간 타이밍에 바깥쪽 길목을 잡고 선 보스턴 타선을 상대로 적극적인 빠른 공 승부와 몸쪽 공략으로 큰 위기 없이 이닝을 버텨냈다. 다저스 타선이 4회초 희생플라이와 적시타로 두 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하자 4회말을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5회말 2사 후 크리스티안 바스퀘즈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급격히 위기를 맞았다. 무키 베츠에게 연속안타를 내주고 1, 2루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앤드류 베니텐디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미숙한 경기운용과 흐름을 적재적소에서 끊지 못한 ‘무전략’에 한국인 빅리거 최초의 WS 선발등판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아쉬움이 클 법 하지만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더 잘 던졌더라면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볼 판정 보다 내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볼넷을 내준 게 가장 안좋은 부분”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그는 “투구수도 많지 않았고 생각보다 추위가 안느껴졌다”며 몸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결정적인 위기에서 교체된 데 따른 아쉬움은 없을까. 류현진은 “벤치의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상대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니 교체한 것으로 생각한다. 선수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며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충격의 2연패 뒤 홈인 다저스타디움으로 돌아간다. 6차전에 다시 한 번 등판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홈에서 치르는 세 경기 승패에 따라 갈린다. 류현진은 “많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홈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선수들도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준비 잘해서 다음 등판에서는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던져야 한다”며 WS가 장기레이스로 전개되기를 바랐다.

류현진은 “한국인 최초라서가 아니라 선수라면 누구나 WS 무대를 밟고 싶어한다. 여기서 선발투수로 뛴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오늘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음 등판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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