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드라마 한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차인표(51)는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 어느덧 데뷔 26년 차에 접어든 그는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하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와 '빅픽처패밀리'를 통해 숨겨뒀던 예능감을 방출한 차인표는 지난 21일 첫 방송된 MBC 새 예능 프로그램 '궁민남편'에도 출연해 한 가정의 남편이자 가장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그는 "놀아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노래방에 간 것도 14년 전이다. 놀고 싶어도 어떻게 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1993년에 데뷔해서 입대하고 결혼해 세 아이의 가장으로 지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언제 해봤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놓았다.


연예인 차인표가 아닌 여느 평범한 집안의 가장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담백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차인표는 1993년 MBC 공채 22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한국나이로 스물여섯이었으니 늦깎이 신인이었던 셈이다. MBC가족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을 통해 데뷔한 그는 1994년 베스트극장 '하얀 여로'에서 첫 주연을 맡아 연기 활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반듯하게 잘생긴 이 청년은 이후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대형 백화점 이사 강풍호 역을 맡으면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극 중에서 색소폰 연주 장면은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상체 노출도 서슴지 않으며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그해 MBC 연기대상 신인상과 인기상을 거머쥐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좀 더 길게 누려도 좋으련만 그는 일보다 사랑을 선택했다. 드라마가 종영한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아 깜짝 결혼소식으로 또 한번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의 마음을 훔친 상대는 바로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했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신애라였다. 두 사람은 종영 후에 본격적으로 사랑을 키워 이듬해인 1995년3월 결혼식을 올렸다.


'바른생활 사나이'로서의 행보도 이때 시작됐다. 재미교포로 미 영주권자였던 차인표는 결혼 후 영주권을 포기하고 자진 입대해 늦은 나이에 육군으로 병역 의무를 마쳤다. 성실한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1997년 복귀작 MBC '별은 내 가슴에'로 또 한번 많은 사랑을 받았다. 故 최진실, 안재욱, 전도연 등과 호흡을 맞추며 최고 49.4%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올렸다.


연기 변신에도 힘썼다. MBC '왕초(1999년)'에서는 '거지왕' 김춘삼 역을 맡아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차인표의 거지 연기 덕분에 '왕초'는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차인표는 이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 남자 우수상,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이어진 작품에서도 차인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2000년 MBC '황금시대'에서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인한 인물인 박광철 역으로 분했다. 2001년 MBC '그 여자네 집'에서는 '마초맨'이지만 사랑 앞에서 약한 장태주를 완벽히 소화했다. 차인표는 이 작품을 통해 MBC 연기대상 대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그리고 2005년, SBS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악역 최강혁 역을 맡은 차인표는 대사 없이 분노를 실감 나게 표현해냈다.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펼친 양치질은 '분노의 양치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패러디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7년 MBC '하얀거탑'에서 극 중 장준혁(김명민 분)과 대립 관계에 선 인물 노민국으로 분한 차인표는 특별출연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0년 SBS '대물'에서는 정치의 환멸을 느낀 강태산으로 분했는데, 정치계에 던지는 사이다 같은 대사와 자신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분노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2016년엔 KBS2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했다.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스승의 양복점을 물려받는 의리의 남자 배삼도로 분했다. 배우 라미란과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최고 시청률 35.9%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그는 극 중 아내 복선녀(라미란 분)의 2세 타령에 '분노의 양치질'을 또 한 번 선보이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스크린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95년 영화 '멀고 먼 해후'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차인표는 1996년 '알바트로스', 1998년 '짱'에 출연했다. 그리고 2004년 '목포는 항구다'에서 폭력조직 보스 백성기로 분해 차인표 특유의 남자다운 모습을 입체감 넘치게 그려냈다. 2006년엔 '한반도', 2008년 '크로싱', 2012년 '타워'에 출연하며 시대극, 현대극 가리지 않는 넓은 연기 폭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판타지 영화 '50'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50'은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단편 걸작선 후보로도 올랐다.


올해는 예능 출연에 박차를 가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시작은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 그는 지난 4월 SBS '집사부일체'의 여덟 번째 사부로 등장했다. 열정 넘치는 모습과 진지함을 동시에 보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잡았다. 짧은 집중력을 보이는가 하면 알람 음악이 흘러나오자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엉뚱한 면모로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이유도 공개했다. 그는 "성공하고 1000만 영화가 아니더라도 좋은 메시지가 있는 작은 영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어떨까 싶었다. 지금 약간 방향을 트는 중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안겼다.


추석 파일럿으로 시작한 SBS '빅픽처패밀리'도 정규 편성되며,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를 책임지고 있다. 전 야구선수 박찬호, 배우 류수영, 우효광와 호흡을 맞추는 차인표는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아우르는 동시에 예능감을 방출하고 있다.


이처럼 '원조 열정남' 차인표는 드라마, 영화에 이어 이제는 예능에서도 자신의 열정을 다 쏟아내고 있다. 예능감은 물론이고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의 인간적인 모습도 여과 없이 공개하는 광폭 행보다. 데뷔 26년 차에 접어든 그의 열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beom2@sportsseoul.com


사진 l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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