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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현재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외국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가 장악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 탁월한 질과 압도적인 양을 자랑하는 풍성한 콘텐츠가 이 회사들의 경쟁력이다.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의 강자였던 지상파 방송사들도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TV가 예전처럼 가장 경쟁력있는 플랫폼도 아닐 뿐더러 방송사가 제작하는 콘텐츠가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던 시대도 지났기 때문이다.

제작역량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영국 공영방송 BBC의 사례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BBC가 통계분석업체 ‘미디어티크’에 의뢰한 ‘영국 콘텐츠 시장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진출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영국 기업이 콘텐츠 제작 투자비용은 약 7170억 원(약 5억 파운드)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BBC는 올해 투자예산이 약 1조6000억 원(약 14억 달러)이지만 넷플릭스의 올해 투자액수는 약 9조 원(약 80억 달러)에 달한다. 두 회사의 투자규모는 무려 5.7배 차이가 난다. 투자규모에서 BBC가 넷플릭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BBC의 상황이 이렇다면 국내 공영방송 KBS가 느낄 위기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규모면에서도 18억 명의 회원을 둔 유튜브와 1억3000만 명의 넷플릭스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다.

넷플릭스는 지상파 TV의 아성이었던 한국 드라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도 감행하고 있다. 인기리에 종영된 ‘미스터 션샤인’의 해외 판권을 약 300억에 사들이는 등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김은희 작가의 신작 ‘킹덤’에 이어 청춘 로맨스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제작에 나섰고, 2019년 인기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서 KBS는 계속해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대처를 해나가려 할까. KBS는 지난 2016년 디지털 서비스국을 설립했다. TV가 아닌 여러 디지털매체로 콘텐츠를 접하는 시청자가 많아지는 현상에 대한 대책 방안을 세우고 실행하는 부서다.

최근 만난 디지털서비스국 김형준 국장은 “1~2년 사이 급격하게 유튜브의 영향력이 확대됐다. 각종 데이터를 보면 유튜브가 압도적이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기본 제공 앱이라 접근성이 좋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추천 검색이 굉장히 고도화됐다. 한 영상을 봤을 때 거기에 맞춰 다른 콘텐츠가 제공되는데, 보통 한두 시간은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너무 빠른 시간 내에 해외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해 버렸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방송사들의 콘텐츠 경쟁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새로운 매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해답’은 없는 상황이다. 김 국장은 “이미 TV에 방영된 콘텐츠 외에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뭔가를 해야 하지 않냐는 고민도 하지만, 아직 성과가 크게 난 콘텐츠는 없다. SBS가 ‘스브스 뉴스’를 브랜드화하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수익으로 연결시키진 못했다. 한때 카드뉴스, 블로그 포스팅 등이 새로운 디지털콘텐츠로 떠올랐지만 유행이 오래가진 않았다. 한때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가 유행했고, 최근엔 JTBC의 디지털 콘텐츠 채널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콘텐츠 ‘와썹맨’ 등이 인기다. 디지털 전용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각 방송사마다 하고 있지만 아직 정답은 없다”고 했다.

KBS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일까. 압도적인 양의 아카이브(기록 보관)라는 게 KBS의 자체 판단이다. 공영방송의 위상과 이미지에 걸맞고, 경쟁력까지 갖춘 콘텐츠는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활용할 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큰 틀에서 KBS가 최근 시도하는 서비스의 면면이 흥미롭다. 우선 역사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재가공하고 있다. 최근 ‘영상 한국사’를 오픈했는데, KBS가 보유한 역사 프로그램 DB를 활용한 콘텐츠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사까지 DB를 교과서별로 배열해 수업 시간에 학교 교사나 학생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원고와 함께 서비스한다. ‘역덕이슈 오늘’은 매일 그 날짜에 해당하는 역사적인 사건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다. 매주 한 편씩 포털서비스, 페이스북 등에 제공한다. ‘뉴스로 본 현대사’란 프로그램도 있다.

최근엔 역대 KBS 코미디 프로그램 동영상 클립도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유튜브 등에서 예전 KBS ‘유머일번지’, ‘쇼비디오자키’ 등 전설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가요톱텐’ 영상도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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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디지털서비스국 김형준 국장. 사진 | KBS제공

김 국장은 “유튜브가 보편화되면서 흑백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더라. 노년층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옛날 노래, 옛날 노래의 경쟁력이 세졌다. 지금 우리나라 50~70대가 K팝 아이돌 음악을 즐겨 감상할 것 같진 않다. 그런 면에서 ‘가요톱텐’, 옛 코미디의 소구력이 있다. 그런 자산을 가진 건 KBS 뿐”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지식기반 콘텐츠’도 시도하고 있다. 김 국장은 “유튜브의 강점 중 하나는 지식 기반이다. 요즘 젊은 층은 궁금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포털사이트로 검색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의 동영상을 본다. 여러 사람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정보를 원하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KBS는 최근 임산부를 위한 콘텐츠만 편집하고 모아놓은 ‘맘스홈트’를 개설했다. 또 ‘KBS 건강’ 코너를 가면 건강 관련 증상별 안내 영상을 분류해 놨다.

KBS는 웹전용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최근 서비스되는 ‘모모문고’는 책을 모르는 모모세대(모바일세대)에게 아이돌이 직접 선택한 교양도서를 읽어주는 웹 인문예능이다. 글로벌 팬들을 위한 K팝 프로그램 ‘어 송 포유’도 시즌5가 제작되고 있다.

KBS 디지털 서비스국은 약 100여명의 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익적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는 없다. 김 국장은 “유튜브도 순이익을 못내고 있다. 아직 이 시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형도 자체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 입장에서는 수익성 고려 외에 디지털로 전환된 KBS 컨텐츠를 시청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의무가 우선이다. 물론 최적의 방향성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 외부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변화가 생길 때 전략과 방향을 바로바로 수정해 가는 순발력이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KB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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