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16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공을 몰고 있다. 천안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힘들다.”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끝난 파나마와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끝난 뒤 ‘캡틴’ 손흥민(26·토트넘)의 이 한마디가 주목받았다. 혹사 논란에도 묵묵히 철인처럼 강행군을 펼치던 그가 스스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인정하는 셈이라 팬들의 우려가 크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손흥민은 2017~2018시즌이 끝난 지난 5월부터 그야말로 쉴 틈이 없었다. 프로 선수는 시즌 종료 이후 긴장이 풀리면서 잔부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충분한 휴식으로 근육의 피로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월드컵 시즌’이었다. 한국 축구의 핵심 공격수인 그는 시즌 종료 이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했고 본선 조별리그에서 2골을 넣으며 독일전 승리 등을 이끌었다. 그는 국내에서 얼마 쉬지 못하고 소속팀 프리시즌 캠프에 합류해 미국으로 건너가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을 뛰었고 8월엔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과 개막전을 소화했다. 그리고는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차출돼 다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곧바로 17일 동안 7경기 강행군이 이어졌다. 이미 이 시점에서 1년간 73경기나 뛰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사력을 다한 뒤 귀국해 하루만 쉬고 다시 A대표팀 ‘벤투호’에 합류했다. 그 때부터 ‘손흥민 혹사론’이 불거졌지만 9~10월에도 여전히 영국과 국내를 오가면서 경기를 지속했다.

비시즌 휴식 없이 누구보다 많은 경기, 그것도 타이틀이 걸린 중대한 승부를 연달아 치른 손흥민의 컨디션이 정상일 수는 없다. 그의 골 침묵이 대변한다. 그가 공식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건 지난 8월20일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이다. 당시 후반 18분 오른발 결승골을 터뜨렸는데 그 시점부터 파나마전까지 무려 1185분간 침묵하고 있다. 대표팀(아시안게임 포함)에서 8경기, 토트넘에서 7경기를 치렀다. 그의 1185분엔 아시안게임 우즈벡과 8강전, 일본과 결승전 등 120분 연장 승부도 포함된다. 그의 피로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힘들다’는 말이 절대 허언이 아니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차출에 따른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합의로 내달 대표팀의 호주 원정 2연전엔 불참한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오는 20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컵대회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등 무려 9경기를 치른다. 매 경기 선발 또는 교체로 꾸준히 뛰는 손흥민으로서는 11월 ‘관리’가 필수적이다. A매치에 불참하는 11월에도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면 시즌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즌 중반에 열리는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도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소속팀과 대표팀 활약 모두 놓칠 수 있다. 파나마전 후반 중반 이후 보여준 손흥민답지 않은 기동력, 집중력 저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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