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진
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의 정윤진 감독이 1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쿠바와의 경기에 앞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타이중(대만)=사진공동취재단>

[정리=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넥센은 올해 팀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굵직한 사건들에 휘말렸다.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조상우, 박동원은 성추문에 휘말려 전력에서 이탈했다. 서건창, 이정후, 박병호 등 주축선수들도 부상으로 고전했다. 그럼에도 넥센은 정규 시즌을 4위로 마감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신예들과 새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빛났지만 무엇보다 흔들리는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 묵묵히 승수를 올린 장정석 감독의 리더십이 넥센의 호성적에 큰 몫을 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힘들어한 장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다. 바로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다. 장 감독의 덕수고 2년 선배이자 ‘베프’(베스트 프렌드), 그리고 장 감독의 아들 장재영의 스승이기도 한 정 감독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장 감독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편집자주>

‘베프’ 장정석 감독에게.

장 감독. 깜짝 놀랐지? 기자분하고 인터뷰하다가 장 감독 얘기가 나온 김에 응원도 할 겸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됐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장 감독에게 내 편지가 큰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야.

사실 올시즌 장 감독이 팀 내·외부적으로 발생한 사건들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 언론이나 야구인, 또 친구들에게 겉으로 이야기하지 못했어도 나한테는 가끔 힘들다는 말을 했기에 장 감독의 고충이 더 고스란히 느껴졌어. 나도 그렇고 주변의 많은 야구인들은 넥센이 4위를 했지만 우승한거나 다름없는 성적을 낸 거라고 말을 많이 해. 여러가지 사건, 주축 선수들의 부상, 외국인 타자 부재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에도 신예 선수들을 데리고 묵묵히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장 감독의 능력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또 올시즌이 장 감독을 한층 더 성장하게 한 계기가 될 거라고도 믿어 의심치 않아.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참, 나한테 전적으로 맡겨놓긴 했지만 아들 소식이 궁금할 것 같아서. (장)재영이는 여기서 잘 성장하고 있어. 올해 많은 이닝을 던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한국을 대표할 투수로 성장할 자질이 충분하다는 걸 느꼈어. 올해 구속이 최고 153㎞까지 나왔는데 내년엔 나하고 157㎞까지 올리는 것으로 플랜을 짰어. 벌크업하고 체중을 7~10㎏ 찌우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내가 볼 땐 재영이가 신체는 엄마를 닮았고 야구 센스는 아빠를 닮은 것 같아(웃음). 잘 육성해서 소속팀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키워보려고 해.

장 감독, 올해 정말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잘 이겨내느라 고생 많았어. 감독 부임 후 처음 경험하는 포스트시즌인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몸 건강히 유지해서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야.

장 감독의 베프인 내가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좋은 결과 나오길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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