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한지민이 과감한 한걸음을 내디뎠다.

그동안 청순한 이미지 혹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한지민이 영화 ‘미쓰백’(이지원 감독)에서 거칠고 날선 카리스마로 관객들 앞에 섰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 분)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 지은(김시아 분)을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감성드라마. 한지민은 극중 세상과 등을 지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타이틀롤 미쓰백을 맡았다.

그간 한지민을 지금의 한지민으로 선택하고 사랑해준 사람들이 기대하는 한지민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서 한지민은 “대중도 있고, 더 가까이에 있는 팬들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어떤 팬들은 이 모습도 좋아하고, 어떤 팬들은 저런 모습을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결국 연기하는 사람이라 연기를 잘 하는 모습으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거라 연기적으로나마 미흡하게 보여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왜 저런거 해요’라는 말에 속상해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고 보니 내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 어떤 분은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만 원할 수도 있지만, 그건 이미지가 그런거고, 알려진 사람으로서의 행동이나 말에 있어서 부끄럽지 않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더라”고 밝혔다.

한지민

계기가 있었을까. 그는 “조금씩 점차 그렇게 된거 같다. 드라마만 많이 하다가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제안을 받았는데, 나 스스로도 ‘왜 나에게 제안을 했지’하고 의아해지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감독님에게 ‘왜 저를 생각하셨어요?’라고 되물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안했던 캐릭터에 대한 작업을 하는게 배우로서 행복한 시간이더라. 그래서 그때는 ‘이걸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하는거였다면, 이제는 ‘배우로서 앞으로 더 만들어가는 일을 하는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였던거 같다. 그리고 그때가 마침 드라마에서 비슷한 모습만 보여드려서 갈증이 있었던 때였던 것도 같다”고 했다.

그때부터 영화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했나보다. 영화 ‘역린’(2014), ‘밀정’(2016), ‘그것만이 내세상’(2018) 등이 그랬다. 한지민도 “드라마에서 못다 이룬 갈증을 영화에서 찾고자 하는게 컸는데, 여자 캐릭터들이 영화시장에 많지 않다보니까 분량을 따지면 영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더라. 그래서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캐릭터면 해봐야겠다 싶은데, 영화를 고를때는 저마다 다른 요인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그것만이 내세상’은 이병헌 선배와 마주보고 연기하는 한씬의 느낌이 궁금해서 했다. 영화마다 각각의 이유는 조금씩 달랐던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한지민에게 배우가 보는 배우 이병헌의 연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지민은 “‘밀정’ 때 나랑 마주치는 장면은 아니고, 특별촬영으로 이병헌 선배님이 오는데, 그냥 현장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집중이 되더라. 우리끼리 ‘특별촬영인데도 다 가져가시는구나’ 농담처럼 말했다. 타고난 배우인 것 같다. 그도 노력을 당연히 하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쉬는 시간에 그냥 막 웃고 떠들다가 슛들어가면 바로 몰입을 하더라. 공유 씨는 이병헌 선배와 송강호 선배가 마주하는 씬을 구경간다고 하기도 했다. 그만큼 배우들도 그 현장을 관람하고 싶었던 거다. ‘그것만이 내 세상’도 이병헌 선배의 애드리브로 살린 장면이 너무 많다”고 회상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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