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해 변호사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쉽지 않았죠. 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흥미롭지 않아요?”

사람에게 저마다 그릇이 있다. 지식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닌, 어떠한 현상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유연성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일까.

최근 법조계에는 화제의 인물, 주목할 만한 사람이 등장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PD 그리고 콘텐츠를 제작사의 대표이사에서 법조인으로 변신한 법무법인 화우의 이용해(51)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아니 그 화려한 PD를 왜 그만두고, 딱딱한 법조계에 진출했냐”고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한다.

‘50대의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심은 그를 만나고 난 뒤 자연스럽게 풀렸다. 변호사인 동시에 사람 이용해는 어떠한 현상에 앞서, 가능성과 미래를 내다본 뒤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용해 변호사는 “내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은 ‘새로운 자극’에 대한 열망이었다”며 앞으로 자신이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 PD에서 제작사 대표 그리고 변호사까지.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변호사로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새로운 자극에 대한 열망이었다. 20여 년 동안 PD생활을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이 그리웠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았고, 고갈되어간다는 느낌도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부가 하고 싶었다.(웃음) 아마도 필연이었을까. 방송 출연자 중 한 분이 로스쿨 진학을 권유했다. ‘미디어 산업을 잘 아는 내가 변호사가 된다면, 대형화되고 글로벌화하는 미디어 산업계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끝에 도전을 결심했다.

- ‘국내 최초 지상파 PD출신 변호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무게가 있다. 법무법인 화우에서의 행보가 궁금하다.

법을 공부하면서 PD이자 제작자로의 고민을 ‘제3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할 수 있었다. 나는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변할수 있는 강점이 있다. 예측 가능성이 쉽지 않은 콘텐츠는 기획과 제작은 물론 유통 단계에서도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의 다양한 법률적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감독, 작가, 방송사, 기획사 등 미디어업계에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며 협업과 반목을 반복했다. 때문에 이 플레이어들의 갈등을 조율하는 이해도 있는 법률서비스가 필요하다. 법무법인 화우에는 미디어 산업과 관련된 약 10여명의 전문가(변호사)로 구성된 ‘문화콘텐츠팀’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PD, 작가, 감독, 가수, 배우, 영화제작자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지식재산권 보호, 콘텐츠 제작컨설팅, 방송 포맷 등의 지식재산권 보호,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의 상생협력, 미디어 업계 제작환경 개선 등 문화산업계가 맞닥뜨리는 법률적 쟁점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

이용해
PD시절의 이용해 변호사.

- 현재 미디어 업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PD의 시선부터 변호사가 된 후까지.

먼저 PD, 제작자로서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레드오션화로 인해 제작사와 방송사업자들은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또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등 플랫폼 다양화에 따라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만 확보되면 다양한 플랫폼에 IP를 판매할 기회가 생겼다. 이점에서 변호사가 IP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미디어기업들이 대형화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적확한 법률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 유치 및 한국 미디어기업들간의 M&A에 의한 대형화도 필요하다. 이를 대비한 법률 서비스도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됐다. 또한 국내 외주제작사들의 IP확보도 시급한 문제다. 더 넓은 시장 개척을 위해선 그들이 맘 놓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이밖에 외주제작비율의 규제를 받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넷플릭스 등 거대 자본이 진출하고 있는 시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 IP기업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고, 외주제작사들과 상생·협력이 필수다. 예를들어 최근 CJ ENM 드라마본부의 분사와 스튜디오드래곤의 상장은 이 점에서 많은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 법률가들이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밖에 작가, 감독 등 창작자들의 권리 강화와 주 52시간 노동이슈도 현 시점에서의 미디어 업계에 대비해 법률가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 법무법인 화우에서 이용해 변호사의 역할은 남달랐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포맷산업협의회와의 MOU를 주도했는데, 대형 로펌의 움직임과 함께 PD출신 변호사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를 위한 큰 그림이 궁금하다.

해외의 표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서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국내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단계에서부터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방송 포맷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포맷 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만큼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표현인 방송 포맷이 저작권으로 인정되면 거래량도 늘어나고 외국에서 표절 등 권리를 침해 당해도 보호해주기 용이하게 될 것이다.

네덜란드 등 외국에서는 방송 전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단계에서도 저작권을 일부 인정하고 보호해주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보호는커녕 관련 판례도 없다시피 하다. 포맷이 보호되려면 이와 관련된 소송이 활발하게 일어나 판례가 쌓여야 하는데, 그만큼 법조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법무법인 화우 내 문화 콘텐츠팀에서 팀내 다른 변호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포맷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포맷산업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방송 포맷산업 발전 및 보호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포맷 사례를 연구하고 법률 자문을 하는 등 포맷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디어 산업과 미디어 기업들이 발전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용해2

- 현재는 상당부분 단절되어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표절 논란 속 향후 새로운 마켓이자 파트너이기에 다소 복잡하다. 소송이 아닌 다른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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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의 표절 문제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비즈니스와 결부돼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국내 인기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유사 형태로 표절되어 방영되었음에도 중국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강경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이 중요한 콘텐츠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하게 되면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잃어 오히려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결국, 표절을 못 하게 하는 것과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가는 것 중에서 가치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소송을 하면 이길 수 있기에 소송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중국과의 표절 분쟁은 단순히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중요 구매자인 만큼 때로는 소송 대신 저작권을 사도록 합의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일 수도 있다. 윈-윈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잘 따져야 하는데 피해 당사자들이 변호사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기에 미디어 업계에 이해도가 높은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이용해 변호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미디어 업계와 법조계의 가교 역할”이다.

PD 및 제작자로서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 삼아 법조계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우선 미디어업계와 법조계는 많이 다르다. 사고측면에서 미디어업계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이 중요하지만, 법조계는 주어진 사실관계에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또한 서면작성측면에서 미디어업계는 창의적인 핵심아이디어만 수긍되면 디테일은 크게 따지지 않는다. 반면, 법조계는 문구 하나하나 서면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측면에서 미디어업계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반면에, 법조계는 방어적이고 보수적이다. 이러한 차이점들이 양 업계의 언어차이를 만들어 내고 결과적으로 양 업계의 소통에 어려움을 자아내는 것 같다. 따라서 양 업계를 잘 아는 제가 미디어업계와 법조계의 가교역활을 하며, 양쪽 업계에 모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협회활동 관련해서는 우선 엔터테인먼트법학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미디어업계 플레이어들의 단체들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회, 한국포맷산업협의회, 한국방송작가협회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하고 있다.

whice1@sportsseoul.com

사진| 법무법인 화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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