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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축구를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K리그1 경남의 수비수 박지수(24)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박지수는 1일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개한 10월 A매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수는 아직 A대표팀에 선발된 적이 없다. 2009년 17세 이하 대표팀 경험이 전부다. 게다가 센터백 자원의 경우 지금까지 예상 밖 선수가 선발된 경우가 없다. 박지수의 발탁이 의외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수는 “밥 먹는데 후배가 기사를 보여줘서 알았다. 정말 깜짝 놀랐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지수는 184㎝의 장신 수비수로 신체조건이 좋고 올시즌 K리그1 26경기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K리그2에서 경남이 승격하고 올해 선두권에서 경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지수는 소식을 듣자마자 김종부 경남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감독님께 가장 먼저 연락 드렸다. 별 다른 말씀은 안 하시고 아직 갈 길이 머니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인천 유스 출신으로 2013년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채 방출돼 2014년 K3의 FC의정부 유니폼을 입었다. K3는 프로인 K리그1·2, 실업인 내셔널리그보다 아래에 있다. 따지면 4부리그에 해당한다. 박지수는 한 때 방황하기도 했지만 4년 사이 경남의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고 결국 태극마크까지 다는 영광을 누렸다. 박지수는 “그땐 축구를 포기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대들기도 했다. 당시에는 인천이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K3로 향했고 조금씩 성장해 여기까지 왔다. 믿기 어렵지만 행복하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박지수는 팀 동료인 최영준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최영준은 올시즌 K리그 최고 수준의 중앙미드필더로 국가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다. 박지수는 “저 역시 영준이형에게 기대를 걸었는데 예상 밖으로 제가 대표팀에 가게 됐다. 솔직히 약간 눈치가 보이는데 그래도 형이 먼저 연락을 해주셨다. 언젠가는 형과 함께 대표팀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출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같은 베테랑 국가대표들과 한 팀에서 뛰는 것은 박지수에게도 꿈 같은 일이다. 그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좋은 형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박지수가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김민재(전북)다. 박지수는 “전북과 맞대결할 때는 내가 결장해 김민재를 상대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정말 잘한다. 밖에서 봐도 잘하는 게 느껴진다. 스타일은 나와 비슷하다. 피지컬이 좋은데도 빠른 스타일이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형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데 특히 김민재와 함께 뛰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많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사라진다. 박지수는 9년 만에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돌아간다. 한 번 잡은 기회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파주에 가게 됐다. 벌써 기대되고 설렌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서 계속해서 대표팀에서 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 번 발탁되고 잊혀지는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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