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운찬 KBO 총재, 병역문제...뼈아프게 통감한다...
정운찬 KBO총재가 12일 서울시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있다. 2018.09.12.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과연 양의지(31·두산)와 최정(31·SK)은 프리에이전트(FA)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인가?

KBO리그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9월 이사회에서 확정지은 개정안을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전달했고 선수협도 다음주까지 공식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이사회 논의대로 전면개정이 이뤄진다면 100억원대 초대형 FA계약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2019시즌 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선수들까지 당장 올겨울 FA시장에 나올 수 있다. 혼란이 불가피한 가운데 최대어로 꼽혔던 양의지와 최정의 FA 계약 규모도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선수협에 9월 이사회에서 논의를 마친 운용 개선안을 전달했다. 개선안의 골자는 ▲FA 규모 4년 80억원으로 상한제 적용 ▲FA 자격요건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1년 단축 ▲구단 평균 연봉 순위에 따른 FA 3단계 등급제 실행 ▲부상자 명단 제도 신설 ▲최저연봉 인상 등이다. 이중 화두가 되는 사안은 FA 상한제와 자격요건 완화, 등급제다. 이사회에서 오는 겨울부터 개선안 시행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11월부터 제도가 대폭 변경된다면 FA를 앞둔 선수와 구단 모두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선수협은 신중한 입장이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26일 “선수들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다음 주 정도에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FA 자격요건 축소와 등급제는 그동안 KBO에 꾸준히 요청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우리가 요청했던 것 중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수정된 제도를 통해 KBO리그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급하게 시행을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FA 상한제는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 더불어 특급선수가 동일한 계약규모를 제시받았는데 이적한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선수들의 욕심만 채워서는 안된다. 우리도 심사숙고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뒤 “개인적으로 당장 개정안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좀 더 공론화가 돼 정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돌아봐할 것 같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KBO는 그동안 꾸준히 선수협과 논의했다며 빠른 시행이 오히려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KBO 정금조 사무차장보는 “그동안 선수협에서 들은 의견을 참조했다. 앞으로 꾸준히 보완하고 개선돼야 하지만 1차적인 문제는 이 정도로 정리하는 게 좋다고 봤다. 상한제가 영원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실행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처음에는 구단마다 조금씩 의견이 다르긴 했다. 당장 시행을 원하는 구단도 있었고 시간을 두자는 구단도 있었다. 그래도 이왕 시행할 것이라면 금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현재 선수단 연봉구조는 부익부 빈익빈이다. FA와 외국인선수 연봉이 전체 연봉의 60% 이상인 구단도 있다. 선수단 전체 인원수가 100명이면 10명 이하의 선수가 전체 연봉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혜택이 골고루 전달되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다수의 선수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고려했다. 골고루 혜택받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하지 않겠나. 선수협과 잘 공조해서 제대로 진행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상한제와 FA 자격요건 완화, 그리고 등급제 실행이 맞물리면 연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포토]양의지, 타구는 어디?
두산 양의지가 21일 두산 LG전 5회 타석에서 타격하고 있다. 2018. 9. 21 잠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취지는 좋다. 문제는 시기다. 너무 빠르다. KBO와 선수협 모두 불균형 문제 개선에는 동의한다. 지난 겨울까지 80억원 이상의 FA 계약자는 총 12명이다. 평균연봉은 꾸준히 오르지만 팀당 등록선수 65명, 육성선수까지 100명에 달하는 선수 중 절반 이상이 최저 연봉 2700만원을 받고 있다. 게다가 구단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그룹의 지원규모도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사회 주장대로 상한제와 자격요건 축소, 그리고 등급제를 동시에 시행하면 KBO의 의도와 달리 당장 올겨울 FA시장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양의지와 최정의 계약규모가 80억원으로 제한될지는 몰라도 2019시즌 후 FA가 되는 안치홍, 김선빈, 전준우 등이 올겨울 FA 시장에 나오면 각 구단의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현재 상당수 구단이 이듬해 FA 선수의 이적 및 영입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상황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ML)를 비롯한 미국프로스포츠의 경우 구단주 모임과 선수협회가 개정안 마련을 위해 오프시즌에 1~2주 동안 마라톤 논의를 벌인다. 새 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를 확정할 때마다 양측이 최대 이익을 얻기 위한 치밀한 거래에 나선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직장폐쇄도 불사한다. CBA마다 개정안 실행 기한이 뚜렷히 명시돼 있는데 ML의 경우 2016년 12월에 2017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발효되는 CBA를 체결했다. NBA(미국프로농구)는 2016년 여름에 2016~2017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이어지는 CBA를 맺었다. ML는 새 CBA를 마련하지 못했던 1994년과 1995년 직장폐쇄를 겪었고 NBA는 1998~1999시즌, 그리고 2011년 겨울 문을 닫은 적이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구단측과 선수협의 노사협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요사안들이 FA 시장이 열리는 11월 중순까지 제대로 정립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편 KBO는 FA 및 외국인 계약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이면계약을 확실히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금조 사무차장보는 “계약시 구단 제출 서류와 개인 제출 서류를 정리해서 보고받기로 했다. 기재부와 국세청 전문가를 만나 협조를 구하기로 했고 FA 계약시 선수와 구단이 낸 자료와 세금내역이 들어간 정부기관 자료를 대조할 수 있게 됐다”며 “이면 계약시 구단은 1차 지명권 박탈과 벌금 10억원, 선수는 활동정지 징계가 내려진다. 징계를 받은 구단 사장이나 선수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다. 이면계약은 앞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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