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우승 US
조코비치가 US오픈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두 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사진 | 2018 US오픈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돌고 도는 것인가, 아니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일까. ‘양강시대’가 저물고 ‘조코비치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3년 전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의 ‘양강 시대’를 마감시키고 일인천하를 열었던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00만 달러·약 590억원)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선언했다.

조코비치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4위·아르헨티나)를 3-0(6-3 7-6<7-4> 6-3)으로 완파했다. 2011년과 2015년에 이어 이 대회 3번째 우승이다. 우승상금은 자그만치 380만 달러(약 42억7000만 원)다. 또 이번 자신의 14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으로 페더러(20회), 나달(17회)에 이어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최다우승 3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코비치는 1세트를 게임스코어 4-3으로 앞선 가운데 델 포트로 서비스 게임에서 0-40으로 끌려가다가 상대가 5연속 범실을 기록하면서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서비스게임을 지켜 1세트를 6-3으로 가볍게 따냈다. 2세트 게임스코어 3-4 자신의 서브게임에서는 무려 8차례나 듀스로 열띤 공방을 펼친 끝에 게임을 지킨 뒤 타이브레이크에서 간신히 세트를 따냈다. 분위기를 탄 조코비치는 3세트에서 1세트와 마찬가지로 4-3에서 브레이크한 뒤 서브게임을 지켜 승리를 확정했다.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조코비치는 코트에 벌렁 큰 대(大)자로 누워 세상을 다 가진 듯 두 팔을 벌려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조코비치 벌렁
경기 후 코트에 벌렁 드러눕는 조코비치. 사진 | 2018 US오픈 홈페이지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올해 윔블던 남자단식 정상에 이어 2연속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라 그의 부활을 의심하던 주변의 시선을 한방에 일축했다. 돌아가는 흐름이 마치 시계바늘을 3년 전으로 되돌리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던 페더러-나달의 ‘양강시대’는 끝이 날줄 몰랐다. 그 견고한 철옹성을 깨고 2015년 새로운 시대를 연 주인공이 바로 조코비치다. 페더러, 나달 그리고 앤디 머레이(영국)와 함께 ‘빅4’ 시대를 여는가 싶더니 2015년부터 조코비치의 독주가 시작했다. 2015년 호주오픈부터 2016년 프랑스오픈까지 6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5회, 준우승 1회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끝을 모르고 비상했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시대는 최고 절정기이던 2016년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갑자기 내리막길을 걸었다. 느닷없는 슬럼프에 2016년 윔블던 3회전 탈락,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1회전 탈락, 2017년에는 호주오픈 2회전 탈락,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는 8강 탈락 등 메이저 대회 결승에 아예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올해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1월 호주오픈 16강에서 정현(23위·한국체대)에게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때문에 ‘목표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라거나 심지어 ‘가정불화가 있다’는 식의 추측마저 흘러나왔다. 그 사이 페더러와 나달이 부활했고 이들의 ‘양강시대’가 또다시 코트를 지배했다. 조코치는 호주오픈 패배 후 팔꿈치 수술까지 받아 재기 여부마저 불투명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수술에 이은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4월부터 서서히 재기에 시동을 걸었다. 5월 중순 이후로는 승수가 급격히 늘어나더니 윔블던 준결승에서 나달을 3-2(6-4 3-6 7-6<11-9> 3-6 10-8)로 물리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고 결국 정상에 올라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윔블던에 이어 US오픈까지 손에 쥐면서 3년전 ‘양강시대’를 무력화시켰던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승 후 조코비치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고 지난 2년여 암흑의 시절을 돌아봤다.

이번 우승과 함께 조코비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에서 6위에서 3계단 오른 3위로 도약했다. 시즌 초 20위 밖으로 밀렸던 순위가 급속도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1위 자리를 되찾을 날이 머지 않다는 전망이다. 정상을 놓고 페더러, 나달과 벌이게 될 치열한 경쟁구도에 테니스 코트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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