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카르타=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사실 ‘학범슨’은 내리막길을 걷던 지도자다.
지난 2월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김학범 감독을 낙점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스템 인사’를 천명하며 구체적인 선임 과정을 공개했다. 선임 기준을 정확하게 명시했고 후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 했다는 사실까지 알렸다. 김 위원장 혼자가 아닌 감독선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논의한 결과라는 점도 확실하게 했다. 김 감독은 시스템 인사의 첫 주인공이다. 그래서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중요했다. 과거에 비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사령탑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패하면 협회의 인사 시스템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컸다.
기대하는 크기와 우려하는 목소리가 비례했다. 김 감독은 내리막길에 서 있던 지도자였다. 2016년 후반기 불명예스럽게 성남을 떠났고 다음해 강등 위기의 광주에 소방수로 투입됐지만 잔류를 이끌지 못했다. 2014년 성남에서 FA컵 우승을 견인하고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른 커리어에 미치지 못하는 행보였다. 게다가 감독 선임 시기로부터 아시안게임 개막까지는 불과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준비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월드컵까지 겹치면서 선수 전원이 모여 훈련할 기회가 없었다. 실전은 꿈도 못 꿨고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처음으로 20명 전원이 모여 훈련했을 정도로 급박했다.
지금까지 원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은 한국에게 잔혹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출전하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역사가 수두룩하다. 손흥민, 조현우, 이승우, 황희찬, 김민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김 감독은 자신이 가진 능력과 지식, 노하우를 모두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황의조, 조현우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손흥민까지 포함해 누구 하나 제 몫을 하지 않은 선수가 없다. 애초에 공언했던 3백 전술을 두 경기 만에 폐기한 것은 이번 대회 최고의 선택이었다. 4백 전환 이후 팀은 안정을 찾았고 조직력도 향상됐다. 특유의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강팀인 이란을 잡았고,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까지 넘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완파하며 결승에 올랐고 숙적 일본을 격파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 감독의 임기는 2020 도쿄올림픽까지다. 아시안게임 후 재평가가 기다리고 있지만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가 없다. 2년 후 김 감독은 환갑이 된다. 젊은 지도자가 득세하는 국내 축구계에 흔치 않은 베테랑 지도자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대회는 큰 공부가 됐다. 그는 “지도자라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렵다. 계속 새로운 것을 느끼고 경험한다. 이런 과정은 처음이었다. 생각했던 것과 실행하는 것에 차이가 컸다. 다음에도 맡게 되면 문제점을 바로 잡아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얻은 경험을 토대로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
1
![[포토] 김학범 감독 \'날아갈 거 같아\'](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18/09/03/news/201809030100007440000479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