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원조 요정' [20년 전 오늘]
    • 입력2018-09-04 06:50
    • 수정2018-09-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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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윤형 인턴기자]가수 겸 배우 성유리(37)가 데뷔 20년 만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 그룹에서 연기자, 그리고 리얼 라이프 공개까지. 그의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성유리는 SBS 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당신에게 유리한 밤! 야간개장'(이하 '야간개장')으로 복귀 소식을 전했다. '야간개장'은 심야 생활을 관찰하며 밤 문화 트렌드를 전달하는 방송. 요즘 유행하는 밤 문화를 즐기는 셀럽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본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성유리가 데뷔 이래 최초로 집과 사생활을 공개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7일 '야간개장'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그는 "오랜만의 복귀라 밤잠을 설칠 정도로 설렜다. '야간개장'을 통해 특유의 친근함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며 "결혼 이후 자유로운 밤 문화를 즐기고 있어 프로그램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배우가 아닌 인간 성유리로서의 반전 매력을 예고한 셈.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예능 복귀작은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성유리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교내 사생대회에서 대성기획(현 DSP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눈에 띄어 캐스팅됐다. 1998년 5월 이효리, 이진, 옥주현과 함께 4인조 여성 그룹 핑클의 멤버로 데뷔해 1집 앨범 '블루 레인(Blue Rain)'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후속곡 '내 남자 친구에게'로 처음 지상파 1위를 차지하며 뭇 남성들의 첫사랑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청순한 외모와 더불어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핑클의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1999년 발매한 2집 앨범 '화이트(White)'가 59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 이 앨범에는 메가 히트를 친 타이틀곡 '영원한 사랑'과 성유리가 작곡한 '유리'라는 곡이 실려 있다. 그는 나름의 음악적 욕심도 갖고 있었다. '유리'를 시작으로 '체인지(Change)', '아이엠 크레이지 어바웃 유(I'm Crazy About You)', '한사람'이라는 노래의 작사에 참여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로서 꾸준히 성장하는 면모를 보였다.


'1세대 요정' 핑클은 펄 시스터즈 이후 여성 그룹으로는 두 번째로 가요대상을 거머쥐었다. 서울가요대상에서 가수 조성모와 함께 공동 수상을, SBS 가요대전에서는 단독 수상하며 가요계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같은 해 공식 팬클럽 '핑키(FINKY)' 창단식을 가진 후 서울 올림픽 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어 4장의 정규 앨범, 2장의 스페셜 음반을 발매하며 대한민국 대표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0년 발표한 3집 앨범 '나우(Now)'는 핑클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콘셉트여서 더욱 화제였다. 슈트를 입고 강도 높은 춤을 소화하는 핑클 내 성유리의 모습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남성 댄서와의 작은 사고가 발생한 뒤 안무를 수정하는 곤혹을 치렀으나, 그룹 H.O.T.를 상대로 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멤버들은 '핑클'이라는 이름을 남겨둔 채 개인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성유리 역시 2002년 SBS 드라마 '나쁜 여자들' 한열매 역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돌입했다. MBC 4부작 드라마 '막상막하'에서 여자 군인 강현 역을 맡으며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3년 SBS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천년지애'는 득과 실을 동시에 안겼다. 그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천년지애'에서 주인공인 남부여공주 부여주 역할을 맡아 인기몰이했다. 배우 소지섭, 김남진, 김사랑과 함께 호흡하며 시청률을 30%대까지 견인했다.


하지만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연기력 논란을 빚으며 시종일관 도마 위에 올랐다. SBS 연기대상 특별기획부문 연기상-10대 스타상을 받았지만 '인기 덕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듬해 MBC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에서도 어설픈 연기는 여전했고 시청률마저 저조했다.


혹평에 위축된 것도 잠시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06년 MBC 드라마 '어느 멋진 날'의 주연 배우로 발탁된 성유리는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한결 자연스러워진 발성과 표정은 극의 몰입을 이끌었고, 부족한 부분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배역을 탁월하게 소화함으로써 배우 공유와의 완벽한 호흡도 눈길을 끌었다. 배우로서 합격점을 받아낸 '어느 멋진 날'은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작용했다.


2006년 KBS2 드라마 '눈의 여왕'으로 본격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한때 천재였던 권투선수와 난치병을 앓고 있는 부잣집 딸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에서 그는 복잡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것. 시청자들의 호평과 더불어 KBS2 연기대상 인기상-베스트 커플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2008년 KBS2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 허이녹 역을 맡은 성유리는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고난도 무술을 직접 소화하는가 하면,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를 펼쳐 그간의 논란을 잠재웠다. 일취월장하는 실력에 시청자도, 방송계도 박수갈채를 보냈다. 제44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인기상, KBS 연기대상 인기상-베스트 커플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이후 KBS2 '태양을 삼켜라', KBS2 '로맨스타운', MBC '신들의 만찬', SBS '출생의 비밀', MBC '몬스터' 등 여러 드라마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신들의 만찬'은 그에게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안겼고, 당당히 스타 배우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끔 했다. 남다른 연기 열정은 안방극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영화 '차형사', '누나', '초록이와 스토커 아저씨,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등 스크린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일과 사랑, 모두 충실했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던 성유리는 지난해 5월 프로골퍼 안성현과 결혼식을 올렸다. 핑클 멤버들도 참석하지 않았을 만큼 보안 유지에 철저했다. 조용히 신혼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야간개장'으로 컴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한 '야간개장'에서는 알찬 새벽을 보내는 성유리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는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의문을 가지고 살았다. 핑클의 '화이트' 이미지를 깨고 싶었고 관찰 예능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고정돼 있던 인상을 탈피하고 싶었을 터.


성유리의 낮은 평범했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받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골프 연습장에서 프로골퍼 조민준에게 골프 레슨을 받기도 했다. 밤이 되자 다채로운 개인 활동을 펼쳤다. 밤 12시부터 그림을 그리다가 느닷없이 피아노를 연주해 웃음을 자아냈다. 성유리는 "밤에 일찍 자야겠다는 강박관념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앓아온 불면증을 고백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한 그는 "하루에 거의 20시간 일하는 게 익숙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병원을 찾아갔더니 나 같은 사람이 많다고 하시더라. 나쁜 생활 습관에 빠졌다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너무 과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좀 더 자유로워지고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MC 자리에서 벗어난 그는 비로소 경청 대신 본인의 목소리를 냈다.


매번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며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성유리.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은 정확했고, 그만큼 더 나아갈 수 있었다.


yoonz@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 SBS 플러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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