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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이 31일 ‘2018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서 러시아 월드컵을 돌아보고 있다. 김현기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조현우 주전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직후 결정했다.”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직후 홀연히 사라졌다. 지난 6월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해단식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그 사이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신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로 올려놓았다가 나중에 탈락시키면서 신 감독은 자유의 몸이 됐다. 그런 그가 월드컵 직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2018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서 이용수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러시아 월드컵을 놓고 30분간 대담한 것이다.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며 자신을 위트 있게 소개한 그는 여기서 러시아 월드컵 뒷얘기를 살짝 털어놓았다. 대화 전엔 국내 미디어와도 만나 대화했다. ‘스포츠서울’이 그의 대담 및 인터뷰를 추렸다.

◇“조현우 선발, 한국에서 결정하고 갔다”

러시아 월드컵 최대 히트상품은 골키퍼 조현우다. 본선 1차전 스웨덴전을 앞두고 조현우의 출전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승규와 김진현의 경험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감독은 31일 “사실 조현우의 출전은 6월1일 전주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 직후 결정했다”고 했다. 조현우는 앞서 열린 온두라스전에서 90분을 무실점을 막아낸 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을 쉬었다. 신 감독은 “전주에서 3실점했는데 1~2번째 골은 내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봤다”며 “김해운 골키퍼 코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라. 내가 부임한 뒤 실점율을 봐도 조현우가 가장 좋았다. 동아시안컵 골키퍼상도 탔다”고 했다. 신 감독은 아울러 감독과 골키퍼의 궁합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땐 김진현이 호주 아시안컵 등에서 잘 했다. 그 전 감독 시대에선 김승규와 정성룡 등이 인연이 좋았다”며 “나하고는 조현우였다. 전지훈련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출발할 때 머리 속에 조현우를 두고 있었다. 조현우에겐 아직 배고픔이 있다. 그런 점도 느꼈다”고 했다. 조현우는 내달 1일 결승을 앞두고 있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맹활약하는 중이다.

◇3-0이라고 해서, 멕시코가 3골 넣은 줄 알았다

‘신태용호’는 본선 최종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이겼다. 한국축구사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같은 시간 스웨덴-멕시코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미 언론을 통해 한국이 독일을 두 골 차로 누르면 16강에 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터라 신 감독도 ‘두 골 차’를 가슴 속에 새기고 있었다. 신 감독은 “독일에게 지면 안 된다는 신념 하나로 뛰었다. 최소 2-0으로 이겨야 16강 갈 수 있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한 뒤 “우리가 2-0을 만든 뒤 스태프에게 물었더니 ‘3-0’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라가는 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스웨덴이 3-0입니다’라는 얘기가 돌아왔다. 난 ‘뭐…’라고 반응했다. 그저 마지막 경기에만 집중하고 올인했다”고 전했다.

◇“현수야, 미련 없이 나와 물러나자”

대회 내내 도마 위에 올랐던 장현수에 대한 비화도 전했다. 질문은 “SNS에 대한 대처 방안은?”이었다. 신 감독이 그러자 장현수 얘기를 한 것이다. 신 감독은 “멕시코전 다음 날 장현수를 오후에 불렀다. 그가 ‘한 숨도 못 잤다. 많은 생각을 했다. 독일전은 안 뛰었으면 한다’고 찾아왔더라”며 “난 명단 다 만들고 (부상으로 결장하는)기성용 대안으로 장현수를 쓰려고 했다. 독일전 포메이션까지 짜 놨다. 내 입장에선 날벼락 맞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 그를 다독였다. 신 감독은 그에게 “SNS는 보니? 보는 순간 자살할 것이다. 난 더하다. 너랑 나랑은 한국에 가서 살 수 없으니 미련 없이 대표팀에서 물러나자”고 했다. 장현수는 얼마 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했다. 장현수는 독일전에서 무난하게 플레이했다. 신 감독은 “(대표팀이)대회 가기 전에 너무 두드려 맞아서 사기 저하가 있었다”며 다음부터라도 팬이나 미디어가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포토] 신태용 감독, 김남일 코치를 끌어안으며...환호!
신태용 감독 등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지난 6월28일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2-0 승리를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카잔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원 훌륭했다…2~3년 전부터 준비했더라면

신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지원을 잘 해줬다. 대표팀이 불편하지 않게 잘 지원했다”며 “아쉬운 점은 우리는 본선행 확정 뒤 움직이는데, 그러지 말고 2년 전부터 움직여야 한다. 다른 팀들은 본선에 간다는 가정 아래 움직인다고 느꼈다”고 했다. ‘신태용호’는 특히 러시아 입성 직전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 및 평가전에서 이동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비엔나 공항에서 5시간을 버스로 이동했고, 평가전 위해 또 이동했다. 신 감독은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레오강에 캠프를 차렸다. 환경은 좋았으나 오스트리아에서 두 경기하며 이동 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1~2년 전 준비했다면 원하는 장소에서 경기하며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본선행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 특히 일본은 바로 4년 뒤를 준비하더라. 상대와 A매치를 준비하는 과정이 늦었다”고 했다.

◇“올해는 푹 쉰다…손흥민, AG 주장으로 너무 잘 한다”

신 감독은 “올해는 푹 쉴 계획”이라며 재충전 뒤 내년에 다시 현장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축구를 아예 외면한 것은 아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호가 치른 이란과의 16강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을 봤다고 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전이 힘든 경기였는데 이기면서 금메달에 아주 가까워진 것 같다”며 “나도 손흥민을 주장으로 두 번 세웠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역할을 잘 하는 것 같다. 주장이 되면 팀 전체를 보게 된다. 자기가 풀기보다 뒤에서 도와주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로 손흥민을 칭찬했다. 김학범 감독은 그가 선수들과 인도네시아 가기 직전 만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고 했다. 지금 김학범호 주축 멤버들 대부분이 신 감독이 발탁했거나 중용한 선수들이다. 신 감독은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날 따라준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자리를 떠났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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