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학범 감독 \'올라 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가 15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자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김학범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반둥(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보고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금메달은 곧 임기 보장을 의미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서 베트남을 잡고 결승에 안착했다. 9월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서 승리하면 금메달 꿈을 이룰 수 있다.

단기전의 명수답게 김 감독은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조별리그서 말레이시아에 패하며 한 번 삐끗하긴 했지만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모두 이겼다.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고 승리하며 우승후보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나 베트남은 한국을 만나기 전까지 나란히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만나 대량실점했다. ‘김학범호’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적절한 용병술의 전술의 변화를 통해 팀을 강하게 만들었다. 최종 엔트리 20명으로 단 한 번도 실전을 치르지 않아 조직력을 완성하지 못한 채 대회에 돌입하는 악재 속에서도 마지막 관문까지 이끌었다. 아직까지는 단기전의 명수다운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FA컵이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 단기전에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그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기대대로 금메달이 눈 앞까지 왔다.

결승전은 김 감독 개인에게도 중요한 한 판이다. 김 감독의 임기는 2020 도쿄올림픽까지다. 그러나 이번 대회 후에 중간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평가 기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성적이다. 만에 하나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재고의 여지가 충분하다. 최악의 경우 지휘봉을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대신 금메달을 획득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악재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중간 평가를 박하게 할 이유가 없다. 선수 선발이나 대회 운영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면 모든 잡음을 없앨 수 있다. 성과를 낸 마당에 다른 지도자를 세울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국내에 김 감독 정도의 능력과 커리어를 갖춘 지도자는 흔치 않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을 맡기 전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성남에서 중도사임했고 지난해 강등위기의 광주를 맡았으나 잔류시키지 못했다. 과거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행보였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에게도 매우 중요한 무대다. 여기서 증명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고 원정 우승까지 이룬 감독으로 남을 수 있다. 이제 딱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된다. 지금까지 순항했어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선수들에게 병역 문제가 걸려 있다면 김 감독에게는 지도자 커리어가 걸려 있다. 우승하면 임기를 보장 받으며 도쿄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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