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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금까지 야구 대표팀 중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았던 대표팀도 없었다. 엔트리 발표부터 무수히 많은 논란을 낳더니 대회 시작부터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다음날 경기에선 선수 3명이 고열과 장염으로 인해 결장했다. 대표팀을 향한 응원과 저주가 공존하는 가운데 대회 규정까지 잘못 전달되며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이제 한국 야구가 살 길은 매 경기 압도적으로 상대를 이기는 것 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7일 인도네시아전 도중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슈퍼라운드 규정을 정정했다. 당초 KBO는 조별 예선에 통과해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 조별 예선 성적은 지워지고 슈퍼라운드 성적으로만 결승 진출팀을 가린다고 발표했다. 슈퍼라운드에서 동률이 됐을 때만 예선전 승자승 원칙과 득실차를 의미하는 TQB(Team’s Quality Balance)를 순서대로 따져서 상위팀을 가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정된 규정을 보면 슈퍼라운드 진출팀간 전적이 그대로 반영된다. B조에서 한국과 대만이 슈퍼라운드에 올라갈 경우 첫 경기에서 대만에 패한 한국은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돌입한다. 슈퍼라운드 시작에 앞서 한국은 0승 1패, 대만은 1승 0패가 되는 것이다. KBO는 “슈퍼라운드 진출 팀의 예선 전적이 반영되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한국은 1패, 대만은 1승을 가지고 시작하는게 맞다”면서 “조직위 측에서 설명이 바뀌고 명확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저희도 좀 더 정확한 사항을 전달하지 못하고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규정이 정정되면서 한국은 자력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한국이 B조 마지막 경기인 홍콩전에서 승리하고 슈퍼라운드 상대로 유력한 일본과 중국을 꺾어도 슈퍼라운드 성적은 2승 1패가 된다. 반면 일본과 대만은 1승 0패로 슈퍼라운드를 맞이할 확률이 높다. 슈퍼라운드서 대만이 3승, 한국이 2승 1패로 대만이 1위, 한국이 2위가 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한국 전력분석팀은 일본 전력이 대만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이 한국에 패해도 대만을 꺾는다면 2승 1패가 된다. 대만은 일본에 져도 중국을 이기면 2승 1패다. 한국, 일본, 대만이 2승 1패로 동률이 되면 서로 물고 물린 상황이기 때문에 승자승 원칙은 적용되지 않고 TQB가 적용된다. TQB 공식은 총득점/공격이닝-총실점/수비이닝이다. TQB를 높이려면 득점은 많이, 실점은 적게 해야 한다.
쉽게 말해 앞으로 한국은 전승은 물론 매 경기 최다 점수차 승리를 노려야한다. 공격이닝에선 1점이라도 더 뽑아야하고 수비이닝에선 1점도 주지않아야 결승행에 유력해진다. 모든 경우에 대비해 슈퍼라운드 첫 경기가 될 확률이 높은 한일전과 다음날 중국전에서 완승을 거둬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전에는 콜드게임승리를 노리고 일본전에선 최소 2점차 이상으로 승리할 필요가 있다. 한일전 1점차 승리면 TQB에 의해 결승전 대진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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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TQB와 관련해 잊고 싶은 과거가 있다. 201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서 한국은 네덜란드, 대만과 나란히 2승 1패가 됐으나 TQB에서 밀려 3위로 내려 앉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첫 경기였던 네덜란드전에서 0-5로 패한 게 치명타로 다가왔다. 이번 AG에선 대만에 패한 게 무거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1-2, 1점차 패배였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번 AG에서 유일하게 전원 프로선수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프로리그가 있는 대만과 일본의 엔트리를 보면 대만은 7명만 프로선수, 일본은 전원 실업팀 소속 선수들이다. 대만전 패배에 야구팬이 분노하고 저주하는 것은 연봉에서 비교조차 안 되는 한국 선수들이 대만 선수들에게 무기력하게 패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 양현종의 연봉이 대만 타선 전체보다 높은데도 한국은 대만에 고개를 숙였다.
한국이 목표로 삼은 AG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부터라도 프로선수들과 실업선수들의 기량 차이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것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AG은 또 하나의 참사로 남을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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