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준범 기자]배우 이유리(37)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데뷔 14년 차인 지난 2014년에서야 '악녀연기의 끝판왕'이라 불린 MBC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으로 연기 인생의 꽃을 피웠다. 그는 악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주말극 시청률 여왕'이라는 수식어도 얻었고,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유리는 지난 25일 방송된 MBC 새 토요드라마 '숨바꼭질'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숨바꼭질'은 대한민국 유수의 화장품 기업 상속녀와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만 했던 또 다른 여자에게 주어진 운명, 그리고 이를 둘러싼 욕망과 비밀을 그린 드라마다. 이유리의 4년 만의 MBC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지난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유리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결과 보다는 주어진 캐릭터에 충실하고 몰입해서 임하고 있다"면서 "시청자분들께 다가갈 수 있도록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신용휘 PD는 이유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대본을 본 순간 '민채린'이라는 배역은 이유리였다"면서 "시청률을 기대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숨바꼭질'은 첫 방송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유리는 남부러울 것 없는 재벌가 상속녀, 타고난 금수저로 보이지만 실상은 세 번의 가슴아픈 파양을 겪은 보육원 출신의 입양아 민채린으로 분했다.


이유리는 단연 돋보였고 독보적인 연기를 펼쳤다. 오열 연기부터 욕망과 분노가 가득한 표정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면서 시청자들은 '갓유리'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이유리의 맹활약에 힘입어 '숨바꼭질'은 지난 26일 1~4부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 3.2%, 7.2%, 7.0%, 8.1%(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하며 쾌조의 시작을 알렸다.


이유리가 데뷔 때부터 악역을 맡았던 건 아니다. 데뷔작인 KBS2 드라마 '학교4'에서는 반항기 넘치는 미대 입시생 박서원으로 분해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덕분에 2001년 KBS 연기대상 청소년 연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해 KBS2 '명성왕후'에도 캐스팅된 이유리는 순종의 첫 번째 아내인 순명효황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리고 다음해 그는 KBS2 '러빙유'에서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가진 조수경으로 분한 이유리는 이 작품으로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유리는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매년 1개 이상의 드라마를 소화하는 꾸준함을 선보였다. 2004년 KBS2 '부모님 전상서'를 시작으로 2006년 SBS '사랑과 야망', 2008년 KBS2 '엄마가 뿔났다' 등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김수현 사단'으로 불리기도 했다.


뛰어난 연기력을 보였지만 인상적인 배역이 없었던 이유리는 2011년 MBC'반짝반짝 빛나는'을 통해 '악녀 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황금란 역을 맡아 감옥 폭행신, 탈옥신 등 강도 높은 액션신까지 감행하며 '복수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렇게 악역 연기에 시동을 건 이유리는 tvN '노란 복수초'를 통해 복수의 화신인 설연화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란 복수초'는 23주간 케이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유지했다.


그리고 2014년, 그는 '인생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연민정과 조우한다.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희대의 악녀 연민정으로 분한 그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역대급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왔다! 장보리'는 최고 시청률 37.3%를 기록했고, 이 작품을 통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영예와 방송 3사 드라마 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을 받으며 시청자들과 PD에게 인정받는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더욱이 대상은 100% 시청자 투표로 진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대상 수상 이후에도 연기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KBS2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자신이 가지려는 것을 적극적으로 쟁취하고 할 말은 하는 변혜영 역을 맡아 악역이 아닌 당찬 캐릭터를 선보였다. 기존의 악역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였지만 그는 거뜬히 소화해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최고 시청률 36.5%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를 통해 이유리는 '주말극 시청률 여왕'으로 우뚝 섰다. 이 작품으로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겹경사도 누렸다.


그는 드라마에 만족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광폭 행보를 보였다. 2010년부터 3년 동안 뮤지컬 '친정엄마'에 출연했고, 2016~2017년엔 뮤지컬 '오!캐롤'과 연극 '불효자는 웁니다'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여기에 2017년부터는 SBS 예능 프로그램 '싱글 와이프'의 MC를 맡으며 새로운 도전에도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이유리는 처음부터 돋보이는 배우가 아니었다.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렸고, '대기만성형' 배우로 거듭났다. 그의 꾸준한 연기 활동은 결국 독보적인 악역 연기로 이어졌고, '악역=이유리' 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대상 수상과 연이은 시청률 대박에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리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된다.


beom2@sportsseoul.com


사진 l 스포츠서울 DB, MBC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