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지난해 4월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에서 양팀 선수들이 열전을 펼치고 있다. 당시 경기에서 전반전 데얀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막판 교체투입된 라돈치치의 동점골이 터지며 1-1로 비겼다. 2013.04.14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K리그 명품 ‘슈퍼매치’가 27일 오후 2시15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수원과 서울, 두 팀이 뿜어내는 90분 드라마는 한국 프로축구 역사 속에 켜켜이 쌓여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젠 축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슈퍼매치’는 한 번 보고 싶어할 만큼 발전했다. ‘슈퍼매치’는 어떻게 유래됐을까. 또 어떻게 발전해 지금의 라이벌전으로 완성됐을까. 올 시즌 첫 격돌을 앞두고 ‘슈퍼매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한다.
◇‘슈퍼매치’ 단어의 탄생
두 팀은 서울이 안양에 연고를 두던 1990년대 후반부터 라이벌 관계로 발전했다. 삼성(수원)과 LG(안양)를 모기업으로 두고 김호(수원)와 조광래(안양) 등 명망 있는 지도자를 감독으로 둔 두 팀은 실력과 인기에서 K리그 최고를 다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서정원 현 수원 감독이 1999년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 친정팀 안양 대신 수원으로 복귀한 사건은 라이벌 의식에 불을 지르는 촉매가 됐다. 수원시와 안양시를 연결하는 고개 지지대에서 착안된 ‘지지대 더비’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안양이 2004 시즌을 앞두고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지역 라이벌전은 사라지는 듯 했다. 수원 팬들은 서울의 연고이전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고, 서울 지지자들도 수원을 반기지 않았다. 그런 수원-서울 맞대결이 지지대 더비 이상의 인기를 누리게 된 계기는 2007년 터키 출신 세뇰 귀네슈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다. 첫 대결이었던 그 해 3월 리그컵에서 서울이 4-1 대역전승을 일궈내며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수원 코를 납작하게 눌렀고, 한 달 뒤 수원이 정규시즌 격돌에서 1-0 승리로 설욕하자 ‘슈퍼매치’ 밑그림이 그려졌다. ‘슈퍼매치’란 단어 자체는 두 팀 직원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수원 홍보팀 이은호 과장은 “2008년인가 2009년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우리 홈 경기를 앞두고 보도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원-서울 대결 앞에 붙일 수식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슈퍼 클라시코’ 등이 후보로 나왔는데 그러던 중 ‘슈퍼매치’란 단어가 떠올랐다. 서울 측에 얘기했더니 괜찮다는 반응을 보여 처음 썼고 이후 언론과 축구팬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불러줬다. 지금은 수원과 서울의 격돌을 부르는 고유명사처럼 됐다”고 전했다.
◇K리그 블록버스터…왜?
‘슈퍼매치’는 K리그 자존심이었다. 또 한국 축구 스타들이 어린 시절 자신의 장래성을 만천하에 증명한 장이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009년 전세계 20대 더비를 소개하면서 ‘슈퍼매치’를 7번째에 올려놓았다. 이후 두 팀 경기엔 ‘세계 7대 더비’란 닉네임이 하나 더 생겼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흥행 수표로도 자리잡았다. 2007년 4월8일 서울 홈 경기에선 5만5397명이 운집, 당시 K리그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우고 프로축구 5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2011년 10월3일 수원 홈 경기 땐 수원월드컵경기장 최초의 K리그 경기 만석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승부조작 파문으로 유례 없는 위기에 처했던 K리그 상황에서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 만석’은 한국 프로축구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재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2012년 10월 빅버드 경기에선 월드컵에서나 볼 수 있는 ‘헬리캠’이 투입돼 프로축구 중계 격을 높였다. 이제 ‘슈퍼매치’는 어떤 조건에서도 3~4만명이 경기장에 들어차는 ‘K리그 블록버스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꼭 수원과 서울 팬이 아니어도 된다. 살면서 한 번은 보고가야할 축구 경기가 있다면 그게 바로 슈퍼매치”라고 평가했다. 스타들의 환호는 두 팀 라이벌전을 ‘명품’으로 업그레이드한 원동력이었다. 2007년 3월 서울이 4-1로 이길 때 주인공은 해트트릭을 폭발시킨 박주영이었다. 기성용과 이청용, 이승렬 등 서울이 키운 ‘영건’들은 한 번씩 수원에 결승골을 꽂아넣고 스타성을 알렸다. 수원에선 하태균, 신영록, 서동현 등 정통 스트라이커들이 서울을 침몰시키고 포효했다.
◇업그레이드 위한 과제는?
‘슈퍼매치’는 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다. 인기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동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두 팀은 최근 전북 포항 울산 등 지방 기업 구단들의 대약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원은 2008년 K리그 우승 이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서울도 데얀과 아디, 하대성 등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올해 고비를 맞고 있다. 삼성과 GS 등 모기업의 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 수원은 경영 효율화란 명목으로 선수 인건비 축소에 전력투구하고 있으며 최근 삼성전자에서 그룹 내 광고회사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변경됐다. GS 그룹이 축구단에 대한 관심을 계속 떨어트리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은호 과장은 “2010년을 전후로 수원과 서울이 격돌하면 별도 미디어데이가 따로 열리고 신문과 방송의 주목도가 엄청 컸다. 지금은 그 정도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두 팀은 물론 축구계가 슈퍼매치 열기 지속을 위해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두 팀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를 무대로 싸우는 그림이 아마도 ‘슈퍼매치’란 이름에 걸맞는 미래상일 것이다. 두 팀은 2002년 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아시안클럽컵 결승에서 붙은 적이 있다. 이란 테헤란에서 천둥이 내리치는 가운데 싸워 수원이 승부차기로 웃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두 구단이 아시아 정상을 놓고 다투는 그림 자체로도 화제가 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모두 실력이 좋다보니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곧잘 붙으면서 ‘엘 클라시코’가 자주 열리지 않는가. 수원과 서울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등 국제무대에서 다시 만나 홈 앤드 어웨이로 싸우는 모습이 현실화된다면 그게 바로 슈퍼매치 격을 또 한 번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전북 이동국이나 울산 김신욱처럼 전국구 스타가 최소 한 명씩이라도 존재하는 것 역시 양팀에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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