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판곤 위원장 \'신태용 감독을 포함한 후보군에서 재선정 할 것\'
김판곤 위원장.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와이 낫이라고 생각한다. 내 결정에 주저하지 않는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를 새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하고 계약까지 마친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실력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며 “코칭 팀이 강했다. 열정과 훈련이 모두 좋았다. 그렇다면 ‘와이 낫(왜 안 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맨 마지막에 “팬들의 지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정점을 찍고 꺾인 느낌이 든다.

우리가 파악은 하고 있었다. 우리 포르폴리오에 들어있지 않은 이유는 중국 팀에서 감독을 하고 있어서다. 접촉할 생각이 없었는데 3명의 우선협상 대상과 협상에 진정성을 의심했다. 중국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먼저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2012년 유럽선수권에서 보여준 결과와 퍼포먼스가 인상 깊었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했으나 독일이 우승팀이었고, 페페의 독일전 퇴장이 있었다. 실력이 검증됐다고 하면 좋은 커리어로 판단했다. 2017년 그리스 1부리그에서 68% 승률로 우승 확정지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 중국에서의 어려움은 인정하나 인터뷰 과정에서 보여준 자신감이나 축구 철학은 흔들림이 없었다. 코치 팀이 강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내가 진지하게 “당신에게 한국에 오는 것이 왜 중요한가”라고 물어봤다. 세르지우 수석코치가 “한국이 아시아에서 강력한 팀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을 통해 월드컵에서 성과를 우리가 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의지를 표현했다. 단점은 있었으나 코칭스태프가 어떤가, 감독의 축구 철학 등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들이 포르투갈 대표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중국 팀에 있었던 자료를 다 내놓았다. 갈수록 훈련이 발전됐다고 했고 나도 그렇게 느꼈다. 상대 뒤 약점을 파괴하고 영상으로 분석했다. 실력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벤투 감독은 올림피아코스에서 우승한 것이 아니라 도중 경질됐다.

도중 나온 것은 알고 있었다. 2위와 7점 차로 알고 있다. 68% 승률이 있어 긍정적으로 봤다.

-그리스나 중국에서 선수단 마찰이 있어 나왔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는 있었다. 워낙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 관계가 좋다고 리포트를 받았다. 내가 한국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당신이 외국에 와서 가장 잘해야 할 것은 존중이다. 선수와 코치, 대중들에게 존중하는 마음을 주고 지지를 받아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나도 올림픽아코스에서 벤투 감독이 한 선수를 비난, 주장이 반감을 제기했던 일들은 알고 있다. 실패를 통해 성공하지 않았는가라고 본다.

-한국 코칭스태프는 어떻게 되나.

그에 대해서도 논의 했다. “우린 반드시 로컬 코치를 성장시켜야 하고, 로컬 코치 없이 당신들과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얘기했다. 각 파트별로 하나씩 붙일 생각이다. 공격 코치에 한국인 하나씩 붙여 맞은 편에서 보도록 하는 방안에 공감했다.

-벤투 감독 접촉 시점부터 계약까지 얼마나 걸렸나.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선임한 것 아닌가.

처음부터 벤투 감독을 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먼저 찾은 분들은 러시아 월드컵에 일했던 감독들, 한 번 꺾인 분들로 구성했다. 협상 파기가 다 된 시점에서 시장에 나왔다는 정보를 받았다. 여전히 좋은 커리어였다. 오히려 스크래치가 있어 낫다고 봤다. 월드컵, 올림피아코스, 중국리그 경기를 다 봤다. “수비는 좋았는데 창조적이지 않았다”, “충칭에선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공격적으로 발전돼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떠나기 전날 후보들의 경기를 위원들과 다 봤다. 이 사람의 경력 보고 만난 것이 아니다.

-다른 후보들의 반응은 어땠나.

협회가 이번에 책정한 금액이 지난 번보다 높아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현실은 감독 이전에 대리인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준비되면 만나겠다고 했다. 관심을 보이다가도 다른 나라나 클럽에서 오퍼가 와 미안하다고 한 이들도 있었다. 우리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두 번째 출장에선 팬들의 지지를 받는 유력한 후보를 만나 그 지도자의 집까지 갔다. 난 젊고, 가족과 떨어져 4년 반을 한국에 가야하는가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했다. “한국 축구를 아느냐”고 했더니 “손흥민, 기성용을 안다”고 했다. 준비가 안 돼 있었고, 여기 오려는 마음이 없었는데 내가 준비한 영상을 보여주고 “우리가 아시아 톱이고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했으나 괴리감이 있었다. 금액에서도 최대 한도를 제시했으나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한 후보는 “내가 유럽에 있는데 동기부여를 달라”고 했다. 큰 돈 아니었나. 대리인도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을 들먹였다.

-벤투 감독을 확신한 이유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매력 보여준 감독들과 접촉했지만 현실이 벽은 높았다. 진정성이 중요한 것 아닌가. 한국에 와야하는 이유가 돈이라면 로컬 지도자 키우는 것이 낫지 않나. 실패를 만회하고 싶어하고, 커리어도 나쁘지 않다. 열정과 훈련 준비 과정을 내가 다 체크했다. 그렇다면 ‘와이 낫’이다. 내 결정에 주저하지 않았다.

-유럽에선 성공하고, 진정성 있다고 해도 아시아 축구에 대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유럽식 훈련과 안 맞을 수 있다.

실패했으나 중국 경험은 체격과 문화가 비슷한 동아시아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내가 “한국과 중국을 비교하지 말라. 정신력에서 100% 다르다. 지도자를 존중하는 면에서, 육체적으로도 좋다”고 했다. 중국에 한 번 왔으니까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포르투갈 훈련 방법이 세계적으로 대세다. 아시아에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

-진정성이라는 게 우리 대표팀 때문에 충칭 나온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내가 두번째 출장에서 만났던 감독들이 “1~2개월 쉬면 리그의 감독들이 경질될 수 있다. 나도 갈 수 있다”고 했다. 벤투 감독도 그 레벨은 된다.

-앞서 거론한 감독들의 실명을 거론해달라.

실명은 어렵다.

-유럽도 아니고 중국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원인이 뭐라고 보나. 그럼에도 확신을 가진 이유는.

네티즌들이 그렇게 보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충칭이란 팀이 장쑤나 상하이처럼 좋은 스쿼드는 아니다. 그에 대해 감독과 대화를 했다. 감독이 거기 갈 때 구단의 스쿼드가 좋지 않아 “강등권만 아니면 된다. 몇 년간 발전하게 해달라”고 했다. 시작은 좋았는데 연패가 나왔다. 강등권 간 적은 없다. 이렇게 변명하면 네티즌이 좋아하진 않을 것 같지만, 그 훈련을 받으면 우린 더 좋은 팀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코칭스태프의 수준도 좋아야 해서 다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 검증하고 싶었다.

-4년 임기 보장할 방안은.

4년이란 긴 시간을 계획했다. 처음엔 60대 초·중반이면 좋겠다고 했으나 4년이 되면 그 분들이 70대가 될 것 같다. 이번에 가서 만난 분 중 하나가 60대 초·중반이었다. 10년 전에 큰 클럽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그들의 스태프가 젊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칭스태프에게 실망을 했다. 꺾여도 젊고 현재진행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두 번째 갈 땐 50대 초반, 한 분만 60대였다. 벤투 감독은 “파주에 사무실을 차려줄 수 있는가. 4년 뒤엔 올라올 17~20세 경기를 봐야 한다”고 했다. 거기에 만족했다.

-벤투 감독의 전방 압박과 역습이 한국 축구와 맞다고 했다. 벤투 감독이 보는 한국 축구는 어떤가.

자기들의 훈련 모듈을 제출했다. 공격 전개, 역습 방법, 수비, 가로채기 뒤 역습 등에 대해 자신들의 철학이나 훈련을 얘기했다. 포르투갈의 접근은 상대 분석으로부터 시작한다. 치명적인 곳을 파악해 어렵게 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우리가 기준을 너무 높이 잡아 감독선임위원들이 힘들었는데 대표팀이 자긍심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마음처럼 만만치는 않았다. 결과에 대해 호불호가 있는 줄로 안다. 우리가 동아시아에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내놓은 결과에 대한 넓은 이해와 인내를 바란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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