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_a075eb59-366d-3206-a6e0-cb3ad9446f7d
파울루 벤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출처 | 중계화면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기대 만큼 아쉬움이 많은 선임이다. 뒤늦게 후보로 급부상한 파울루 벤투(49)가 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을까.

2018 러시아 월드컵 뒤 축구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으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이 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10시에 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협회 측은 기자회견 전까지 감독 선임 관련 언급을 할 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벤투는 협회와 이미 계약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관계자는 “김 위원장 자신이 직접 새 감독을 발표한 뒤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감독 선임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장고 끝에 선택한 인물은 벤투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초 프랑스로 건너가 새 감독 후보들과 접촉했다. 가기 전엔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 ▲대륙별 대회 우승 경험 ▲세계적 수준의 리그에서의 우승 경험 등을 조건으로 꼽았다. 그러나 협상이 여의치 않았다. 우선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수준급 지도자들이 한국에 오길 꺼려했다. 4년 6개월이란 긴 계약기간도 장애물이었다.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한국 대표팀 감독의 잦은 경질도 문제였다. 그런 와중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란을 지휘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같은 대회에서 멕시코를 이끌었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다. 케이로스 감독은 김 위원장과 면담까지 했으나 결국 이란에 잔류하는 것으로 가닥 잡았다. 다른 지도자들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다시 한 번 유럽으로 건너가 새로운 후보들을 물색했다. 키케 플로레스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스페인), 슬라벤 빌리치 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크로아티아), 벤투 감독 등이었다. 이 중 벤투 감독의 적극적인 자세에 김 위원장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지난 14일 국내·외 언론에 협회와 협상 소식이 보도되면서 유력 후보로 떠올랐고 결국 ‘판세 뒤집기’에 성공했다.

벤투 감독은 우선 김 위원장이 내건 조건에 부합한다. 그는 2012년 유럽선수권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워 포르투갈의 4강행을 지휘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을 따돌리며 본선 무대를 밟았다. 스포르팅 리스본을 데리고 포르투갈 컵대회 우승도 두 차례 차지하는 등 클럽 경험도 다양하다. 아울러 4년 계약 및 한국 거주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해 12월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에 부임해 경질될 때까지 7개월간 중국 현지에서 머물며 아시아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거리적 두려움이 없고, 문화적으로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한국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정성을 나타냈다. 축구적으론 팀워크를 강조하고,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해 포르투갈의 세대교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벤투가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임에 아쉬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이어진 3차례 클럽 생활에서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경질됐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김 위원장이 감독을 찾아나선 지난 달 초만 해도 중국 충칭에서 클럽 감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 후보가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인연이 닿으려는지 지난 달 7월22일 충칭에서 성적 부진으로 도중하차했는데 불과 25일 만에 한국 대표팀을 맡게 됐다. 벤투 감독은 내주 초 입국해 기자회견과 선수 선발 등 공식 행보에 나선다. 한국은 내달 7일 고양에서 코스타리카전, 11일 부산에서 칠레전 등 중남미 두 팀과 러시아 월드컵 뒤 첫 평가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은 여기서 태극전사들을 조련하고 자신의 한국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03~2004년 부임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이후 14년 만에 포르투갈 출신 사령탑을 영입하게 됐다. 코엘류 감독도 2000년 유럽선수권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오만 쇼크’와 ‘몰디브 원정 졸전’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더니 1년 6개월 만에 잘렸다. 벤투 감독은 선수로 2000년 유럽선수권에서 뛰었다. 한국에서 이루지 못했던 스승의 한을 그가 풀 수 있지 궁금하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