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정을 앞둔 한국 야구대표팀이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호주와의 평가전을 가졌다. 투수 이대은이 8회초 상대 미겔에게 홈런을 허용한 후 외야를 바라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스포츠서울 덕분에 마지막까지 남겨둔 미련을 접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 복귀와 해외진출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대은(29·경찰청)이 해외파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대은측 관계자는 9일 오전 “선수 본인이 마지막 꿈을 포기하지 못해 갈등했던 것은 사실이다. 부모님도 계속 설득을 하셨고 지난 6일 스포츠서울 기사(1면 참조)를 읽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대은은 이날 이메일을 통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하고 국내 복귀로 마음을 굳혔다. KBO측은 “해외파 드래프트 대상자 중 하재훈과 이대은은 신청을 완료했다. 이학주는 아직 접수가 안됐는데 늦어도 10일에는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했던 것은 아니라는 게 이대은측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대은의 꿈은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었다. 비교적 안정적인 KBO리그 입단을 뒤로하고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됐을 때 KBO리그 복귀가 아닌 일본프로야구에서 한 단계 도약할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던 것도 단 한 번만이라도 빅리그 마운드에 서는 꿈을 내려놓지 못해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 심리가 대체로 그렇다. 특히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한 경우라면 더더욱 미련이 짙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은
경찰야구단 이대은이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 퓨처스 올스타전 북부리그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한 가지 꿈만 갖고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이대은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 포기가 야구를 하는 이유 자체를 잃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지면으로 자신의 현실을 냉정하게 지적한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꿀 용기를 얻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생각을 정리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드래프트를 통해 KBO리그 데뷔를 결정한 만큼 입단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대은의 측근은 “마이너리그나 일본프로야구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KBO리그에서는 두말 할 것 없는 신인이다. 특별대우를 바라지도 계약에 관해 얘기하지도 않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우선 지명한 팀에 입단해서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히 소화해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팀 성적에 도움을 준 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맞다. 이대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성실하게 신인의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대은이 해외파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제출해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도 본격적인 드래프트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KT 핵심 관계자는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 한 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대은이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당연히 1순위 지명권을 사용하지 않겠는가. 만약 이대은이 참가하지 않았다면 드래프트 전략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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