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80729_170722563
팀 발터 홀슈타인 킬 감독이 지난 29일 독일 이스마닝에서 스포츠서울과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스마닝 | 정재은통신원

KakaoTalk_20180729_170712253
독일 홀슈타인 킬의 팀 발터 감독이 29일 스페인 에이바르전에서 교체투입를 준비 중인 이재성을 격려하고 있다. 이스마닝 | 정재은통신원

[이스마닝=스포츠서울 정재은통신원]“‘리’는 내가 오늘 몇 분이라도 꼭 뛰게 할 거다.”

K리그 MVP 이재성(26)을 영입한 독일 2부 홀슈타인 킬의 팀 발터(43) 감독은 29일 스페인 라 리가 에이바르와 평가전을 앞두고 이날 국내 미디어 중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스포츠서울 취재진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 48시간 동안 비행기를 20시간 넘게 3번이나 탄 이재성은 컨디션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발터 감독의 이재성 투입 의지는 강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발터 감독은 후반 33분 이재성을 그라운드에 세웠다. 투입 직전엔 한국인 미드필더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고, 어깨를 감싸고, 엉덩이를 툭툭 치며 기대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아직 독일어가 미숙한 이재성을 배려, 발터 감독은 그에게 “앞으로!”, “리, 움직여” 등을 영어로 말하며 지휘했다. 경기 뒤 이재성은 “그런 모습들이 나를 더 힘나게 한다”고 했다. 팀은 2-3으로 졌지만 발터 감독은 이재성의 모습에 만족했다. 그는 추가시간 포함 13분 짜리 첫 출전을 가리켜 “이재성의 예고편”이라고 했다.

축구에선 공격수 바로 뒤에 서는 플레이메이커를 ‘10번’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선수 개개인의 등번호가 없었던 시절, 선발 멤버는 1~11번 중 하나를 입고 뛰었는데 플레이메이커의 번호가 바로 10번이었다. 킬이 이재성을 영입한 목적은 확실하다. 10번을 맡기기 위해서다. 발터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은 체격적으로 모두 월등하다”며 “하지만 10번 만큼은 체격에서 우세를 점하기보다는 세밀하고 기술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중원이나 수비 진영에서 몸싸움을 함께 해주는 것보다는 앞에서 패스를 받아 풀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짧은 시간 터져 나온 이재성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 “시간은 적었지만 마치 예고편 같았다”는 발터 감독은 “이번 시즌 이 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를 스스로 증명했다. 이재성이 우리 팀에 완벽하게 적응할 준비가 됐다고 본다”고 호평했다.

물론 개선점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좀 더 앞으로 깊숙하게 나아가 싸워주길 바랐지만 그러기엔 이재성이 너무 피곤했다. 하지만 우리는 발견했다. 그가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며 이재성을 바라보는 발터 감독의 시선이 공격 쪽에 보다 고정됐음을 전했다. 그는 “이재성이 관중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성은 한국에서 온 슈퍼스타다. 많은 팬이 기대하고 있고, 큰 과제를 안은 셈이다. 골도 많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골 찬스를 살리는 훈련을 많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및 2군 감독을 하다가 올 여름 킬에 부임한 발터 감독은 ‘10번’을 찾기 위해 많은 선수를 물색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재목이 바로 이재성이었다. 발터 감독은 “우리가 필요한 10번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각 포지션마다 우리가 요구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재성이 서는 포지션에 그 만한 선수가 없다”며 “그를 발견해 기쁘다”고 했다. 불과 몇 시간 지켜봤지만 이재성의 장점도 잘 설명했다. 발터 감독은 “아주 영리하고, 신체 조건도 생각보다 좋다. 체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분데스리가는 몸싸움이 중요한 곳이지만 이재성은 또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기술적으로 빠르다”고 했다. 이어 “참 착하더라. 잘 웃고, 규율이 잘 잡혔다. 한국에서 이런 걸 잘 배워온 것 같다. 그는 독일 축구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