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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출처 | 크로아티아 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황금세대와 골키퍼’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우루과이 등 전통의 강호들이 줄줄이 탈락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10년을 내다보고 선수들을 육성한 유럽의 4개국이 준결승에 올라 우승을 다투게 됐다. 벨기에와 프랑스, 크로아티아, 잉글랜드 등 4강이 자국 축구의 ‘황금세대’를 이루면서 세계 축구 패권에 도전하게 됐다. 단기 토너먼트에서의 좋은 성적에 필요한 골키퍼도 탁월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어 월드컵 트로피를 향한 다툼이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우선 오는 11일 오전 3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결승행을 다투는 벨기에와 프랑스는 세계 축구가 부러워하는 재능들의 천국이다. 8강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2-1로 물리쳐 지난 1986년 이후 32년 만에 4강에 진출한 벨기에는 엔트리 23명 중 12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등 체력과 기술을 겸비한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숱하게 쏟아져나온 나라다. 벨기에는 2000년대 초반 유럽에서도 변방으로 밀리자 어린 선수들을 잉글랜드와 프랑스 등의 명문 클럽 유소년팀에 보내는 등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8강행 및 2년 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달성이란 성과로 이어졌다. 이 멤버들이 경험까지 갖추면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결실을 맺는 중이다. 벨기에와 맞서 싸우는 프랑스는 올림픽대표팀(23세 이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10대 후반~20살 중반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낸다. 1998년생 킬리앙 음바페는 16강전에서 두 골을 넣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격침시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폴 포그바(25), 우스만 뎀벨레(22), 코렌틴 톨리소(24), 사무엘 움티티(23) 등 전포지션에 걸쳐 젊은 피들이 포진하고 있어 향후 세계 축구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12일 오후 3시 모스크바 루츠니키 경기장에서 붙는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도 눈여겨볼 만하다.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오른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부활 원동력도 한창 자라나는 20대 선수들이다. 23명 전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이번 대회 득점 선두(6골)이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해리 케인을 중심으로 델레 알리와 에릭 다이어, 라힘 스털링, 해리 맥과이어, 존 스톤스, 조던 픽포드 등 핵심 선수들이 전부 22~25세에 몰려 있다. 잉글랜드는 지난 해 20세 월드컵과 17세 월드컵을 제패하는 등 이미 연령별 세계대회에선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승세가 성인 대표팀으로 연결되고 있다. 최고의 축구리그를 갖고 있음에도 정작 대표팀은 부진해 조롱거리가 됐던 과거 수모를 씻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지금 대표팀을 ‘제2의 황금세대’로 부른다. 3위를 차지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원조 황금세대’ 뒤를 잇는 팀이란 얘기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인테르 밀란에서 각각 활약 중인 미드필더 3총사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 이반 페리시치를 중심으로 창조적인 중원 플레이를 펼치며, 팀원이 고루 득점하는 축구로 승승장구했다. 큰 경기에서 약해 성적이 나빴던 징크스도 이번 대회에서 깨트렸다. 결국 준결승 4팀이 주는 교훈은 축구계의 꾸준한 육성과 선수들의 창의력을 살리는 정책,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유럽의 큰 무대로 나아가 경험을 쌓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에 더해 골키퍼의 중요성을 지나칠 수 없다. 프랑스는 러시아 월드컵 기간 중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출전)에 가입한 골키퍼 우고 요리스가 젊은 선수 중심의 팀에 안정감을 더한다. 8강전 상대 우루과이 골키퍼인 페르난도 무슬레라의 실책성 실점과 맞물려 요리스의 면모가 더욱 빛났다. 벨기에의 주전 골키퍼인 첼시 소속 티보 쿠르트와는 8강전에서 겨뤘던 브라질의 치치 감독이 패인으로 꼽을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잉글랜드 골키퍼 픽포드도 스웨덴전에서 상대의 결정적인 찬스 3개를 걷어내며 축구종가의 고민거리를 해결했다. 크로아티아 수문장 다니엘 수바시치는 16강과 8강에서 연속으로 크로아티아의 승부차기 승리를 견인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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