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스포츠서울 이우석·황철훈기자] 우스개로 ‘퐁당 퐁’(井안에 점 하나)자로 실제 쓰는 것이 일본의 돈부리(오목한 사발)다. 원래는 그릇 이름이었지만 우리네 뚝배기가 ‘국’을 뜻하는 것처럼 돈부리는 ‘덮밥’을 뜻하는 버젓한 요리 이름이 됐다. 그저 밥 위에 반찬을 얹어서 낸다. 이렇게 간단할 수 없다. 식기도 단 하나면 되니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덮밥이다. 하지만 그래서 어렵다. 맛있단 소릴 들으려면 그 좁은 그릇 안에서 진검 승부를 내야 한다. 고명과 양념 국물이 전부라 단 몇 합 안에서 맛을 겨뤄야 한다.최근 혼밥러는 물론, 회사원들의 점심 메뉴까지 폭넓은 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덮밥집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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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젠 ‘에비텐동’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이치젠’=

서울의 핫플레이스, 망리단길에 자리한 ‘이치젠(いちぜん)’은 ‘밥 한 그릇’이란 뜻으로 일본식 튀김 덮밥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특히 바삭한 튀김과 진한 타레소스가 어우러진 극강의 맛으로 이미 수많은 사람의 입증을 거치며 SNS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집이다.

점심 입장은 낮 12시부터, 오픈 30분전에 내걸린 대기표에 이름과 인원수를 적으면 순서대로 호명해 입장하는 방식이다. 아담한 크기의 가게는 길게 이어진 오픈 주방과 바 형식의 테이블로 구성되어있다. 대표메뉴는 이치젠텐동. 커다란 기름 솥에서 즉석해서 튀겨낸 새우와 오징어, 연근, 가지, 꽈리고추, 김과 함께 수란형태의 온천계란을 밥 위에 올린 후 타레소스를 뿌려낸다. 이외에 에비텐동과 장어튀김을 추가한 아나고텐동, 모든 재료를 망라한 스페셜 텐동까지 총 4가지 종류의 튀김덮밥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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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토마토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다양한 종류의 튀김은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여기에 극강의 감칠맛과 짭조름한 타레소스로 비벼낸 밥은 진한 풍미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서 잠깐, 온천계란은 노른자를 터트려 밥과 함께 비벼보자. 타레소스의 감칠맛과 노른자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울러 바질과 레몬향 화이트와인으로 절여 낸 ‘바질토마토’도 별미다. 식전에는 입맛을 돋워주고 식후에는 상큼한 맛과 향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가격=이치젠텐동 9000원, 에비텐동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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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치 치라시 스시 덮밥.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코바치’=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9층 레스토랑가에 있는 일식 전문점이다. 스시부터 사시미 세트까지 다양하게 취급한다. 점심에 오면 여러 재료로 만든 덮밥을 즐길 수 있다.

살짝 달달하게 조린 장어를 숯불에 구워올린 장어덮밥(우나츄)과 갖은 해산물을 잘게 썰고 달걀지단 등 고명까지 흩뿌리듯 올려놓은 가이센돈(회덮밥), 한우 다다키(겉만 익힌 고기) 덮밥 등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덮밥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나고야식 히츠마부시 등 일반적으로 맛보기 힘든 덮밥까지 구비해놓아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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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식 회덮밥으로 다양한 해산물이 얹혀있어 마지막 한입까지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코바치.

장어덮밥은 보통 한국식 장어집과는 달리, 뒤집어가며 양념을 여러번 발라 약한 불에 조리듯 익혀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살짝 희석시킨 쯔유(덮밥 장국)를 밥에 부었다. 살살 섞어가며 장어와 함께 먹으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오사카식 치라시 스시돈(흩뿌림회덮밥)도 맛이 좋다. 흰살생선회, 연어, 참치아카미(붉은살), 날치알, 계란말이 등 호화로운 고명을 얹어먹는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9층에 위치해 전망도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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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치 민물장어덮밥(우나동).

★가격=가이센 치라시 1만8000원, 민물장어덮밥(우나동)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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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개미 ‘스테이크 덮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대개미’=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스테이크 덮밥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특히 오전 11시부터 선착순 10그릇 한정으로 판매하는 1파운드(450g) 스테이크 덮밥은 산더미처럼 쌓인 푸짐한 고기양으로 특히나 유명하다.

이 집은 스테이크 덮밥을 비롯해 스테이크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낸 큐브스테이크 덮밥, 연어 덮밥, 간장새우 덮밥 등 다양한 종류의 덮밥을 맛볼 수 있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단연 스테이크 덮밥.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든든하게 속을 채워줄 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 미디움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를 한입 크기로 썰어 밥 위에 빙 둘러 올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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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스테이크 덮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테이크 덮밥은 스테이크 위에 아삭한 숙주나물과 절인양파 그리고 고추냉이를 함께 올려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생고기처럼 느껴지는 선홍색 미디움 레어가 부담스럽다면 완전히 익혀낸 큐브스테이크가 정답이다. 부드러운 육질의 스테이크덮밥과 달리 씹는 식감과 달콤한 양념맛이 특징. 마치 양념불고기처럼 다소 익숙한 맛이다.

★가격=스테이크 덮밥·큐브스테이크 덮밥 9900원, 연어 덮밥 1만900원, 간장새우 덮밥 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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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커리 ‘새우커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마포구 망원동 ‘제이커리’=

제이커리는 오너 셰프가 직접 개발한 태국식 이색 카레와 덮밥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바 형태로 이루어진 작고 아담한 식당은 특히나 혼밥러들에게 인기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와 손님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주인장의 온화한 미소는 혼밥러들의 어색함을 말끔히 없애준다. 위치는 망리단길로 불리는 골목과는 한 블록 떨어진 망원 2동에 자리했다.

이 집은 기본 카레에 다양한 토핑으로 변화를 준 다양한 종류의 카레를 선보인다. 특히 이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새우커리는 카레소스에 구운가지와 브로콜리, 단호박, 새우 등을 넣고 조려낸 후 마지막으로 단새우 두 마리를 튀겨 아몬드 가루와 함께 올려낸다. 코코넛크림을 넣어 끓인 기본 카레는 일본식 카레에 비해 묽지만 맛은 좀 더 부드럽고 달콤하다. 여기에 다양한 채소와 탱글탱글한 새우가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밥 위에 올려낸 바삭한 새우튀김은 또 하나의 별미이자 보너스다. 또한 카레와 밥은 추가가 가능하다. 카레 추가시 2000원, 밥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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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커리 ‘미나리 돼지덮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이 집의 또 다른 대표메뉴 ‘미나리 돼지덮밥’도 인기다. 일본식 간장소스로 볶아낸 돼지고기 위에 직접 만든 아이올리 소스, 잘게 썬 사과와 양파 그리고 미나리 샐러드를 올려낸다. 여기에 호두와 레몬까지. 돼지고기가 담백함과 감칠맛을 책임지고 미나리가 향긋함과 아삭함을 선보인다. 레몬은 상큼함을 불어넣고 마지막으로 호두가 고소함을 퍼뜨리며 맛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가격=새우커리 9800원, 클래식야채커리 8,500원, 치킨커리 9000원, 미나리 돼지돌솥밥 8500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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