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여자 팀추월, 뒤에 너무 쳐진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이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한국 빙상을 세계적인 강호로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됐던 삼성이 21년간 정들었던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사에서 떠나기로 했다.

‘노선영의 왕따주행 논란’으로 불거진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로 코너에 몰렸던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김상항)은 28일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회장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연맹 관계사인 삼성전자 홍보 담당자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회장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로써 1997년 6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사로 인연을 맺었던 삼성은 21년 만에 무거운 짐을 벗고 쓸쓸히 빙판을 떠나게 됐다. 삼성의 빙상연맹 회장사 퇴진은 문체부의 특정감사가 도화선이 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간판 스타 심석희에 대한 구타사건, 그리고 ‘노선영의 왕따주행 논란’ 등 봇물처럼 터진 악재가 국민청원으로 이어진 끝에 빙상연맹 문제는 문체부의 날선 특정감사로 확대됐다.

문체부는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두 달간의 감사를 마친 문체부는 지난달 23일 노태강 제 2차관이 직접 주재한 언론 브리핑에서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 권고 등 총 49건의 감사처분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이 연맹을 떠나기로 한 배경은 다분히 복합적이지만 문체부의 특정감사가 결정타가 됐다. 그룹의 스포츠정책 기조 변화와 최근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그룹의 특수상황도 이 같은 결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기업의 속성상 정부와 대립하기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점쳐진다. 최순실 사태의 후폭풍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그룹의 존망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폭발력이 큰 스포츠 이슈로 부상한 빙상연맹 사태가 자칫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게 내부의 공통된 견해였다. 이러한 결정은 갑작스레 이뤄졌다. 삼성 측은 그동안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스포츠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에 집중하던 삼성전자 등 빙상연맹 관련사들이 연맹 사태를 뒤늦게 인지하고 다급한 결정을 내린 건 26~27일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의 특정감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마감일인 27일에야 비로소 연맹 사태를 보고받고 현실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회장사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1997년 6월 박성인 삼성스포츠단 단장이 연맹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21년간 회장사로 활동했다. 동계스포츠의 기초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빙상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회장사에 취임한 삼성은 21년간 약 219억원의 재원을 투자하며 한국 빙상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삼성이 회장사로 활약하는 동안 한국 빙상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1998 나가노올림픽부터 2018 평창올림픽까지 6번의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금메달 24개, 은메달 20개, 동메달 12개를 획득하며 그야말로 괄목상대한 성적을 거뒀다.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면서 동계 스포츠 황무지를 개척한 삼성의 노력으로 한국은 비로소 동·하계종목의 균형잡힌 성장을 맛보며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었다.

경기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선 박수를 받을 만했지만 행정력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을 달래지 못해 특정인에 편중된 연맹행정을 펴면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특히 2014 소치올림픽부터 올림픽이라는 메가이벤트마다 파벌싸움이 외부로 불거지며 국민들의 눈총을 산 게 뼈 아팠다.

삼성이 빙상연맹 회장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한체육회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체육회는 문체부의 빙상연맹 관리단체 지정 권고안을 놓고 한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졌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로 한 삼성 측의 자진사퇴로 큰 짐을 덜게 됐다. 체육회는 삼성의 빙상연맹 회장사 사퇴의사를 확인하는대로 연맹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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