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 김민우의 아픔을 챙기며...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김민우를 위안하고있다. 2018.06.18.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로스토프 이야기를 하기 전에 김민우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같은 왼쪽 풀백으로서 스웨덴전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됐다. 월드컵 첫 게임, 더구나 벤치에 앉아 있다 급하게 경기에 들어가 100% 컨디션이 아니었을 것 같다. 아마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텐데 힘을 냈으면 좋겠다. 선수 스스로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 코칭스태프가 챙겨줘야 한다. 심리적으로 포기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어갔으면 한다.

2차전 멕시코전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열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마찬가지로 로스토프에서도 추억이 많다. 내가 뛰던 시절 로스토프에는 북한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홍영조라는 선수가 있었다. 공격수였는데 단단한 축구를 구사했던 선수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아 대화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지금 같은 평화 무드가 있었다면 경기 중 만나 몇 마디라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눴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로스토프는 갓 2부 리그에서 승격한 팀이었다. 아무래도 당시 리그 챔피언이었던 제니트보다 전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수비에 집중하다 몇 차례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전술로 우리를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굉장히 춥고 눈이나 비가 많이 내려 악화된 잔디 상태에 로스토프 특유의 끈끈함이 더해져 로스토프 원정은 늘 쉽지 않았다. 우리 홈에서 하면 늘 쉽게 승리했지만 어웨이에서는 겨우 한 골 차이로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참 아래였지만 홈에서는 그 이상의 힘을 내는 팀이었다. 투지와 끈기에 혀를 내둘렀던 적이 많다. 뛰다 보면 ‘어? 얘네 뭐지?’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상대 입장에서 로스토프는 참 어려운 팀이었다.

로스토프로 가는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뛰었으면 좋겠다. 멕시코는 우리보다 강하다. 세계 1위 독일을 이긴 팀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한 수 위의 상대다. 하지만 멕시코는 독일을 잡고 기세를 올리고 있어 아마 한국 정도는 쉽게 이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럴 때가 기회다. 우리가 의외의 실력을 보이면 멕시코 선수들이 크게 당황할 수 있다. 초반부터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멕시코도 흔들릴 수 있다. 상대가 골을 넣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초초해질 것이다.

잘 버티다 한 번의 기회를 살리면 승산이 있다. 스웨덴전 유효슈팅이 없다는 소식을 봤다.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두 차례 득점으로 이어질 만한 장면이 있었다는 게 더 중요하다. 멕시코전에서도 기회는 올 것이다. 결정력을 최대한 살렸으면 좋겠다. 내 기억 속의 로스토프는 적은 기회를 살려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팀이었다. 한국도 그렇게 할 능력이 있다. 자신과 팀을 믿고 전진하길 바란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흔히 하는 말로 ‘머리 박고’ 뛰면 못 이룰 목표가 없다.

홍콩 킷치SC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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