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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I NEED A TICKET.(나는 티켓이 필요합니다)’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이 열린 이날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이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든 사람이 여럿 보였다.
전날 러시아 소치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들썩였다면, 이날 모스크바는 리오넬 메시 열풍이었다. ‘월드컵 동화’를 꿈꾸는 아이슬란드 팬 3000여 명도 찾았으나 경기장 4만5000석 대부분 하늘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아르헨티나 팬으로 가득했다. 이들 모두 ‘메시!’를 연호했다. 한 중국인 커플은 ‘등번호 10 MESSI’가 적힌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커플룩으로 했다. 하루 뒤 인근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독일과 격돌하는 멕시코의 팬들도 보였다. 자국 국기와 아르헨티나 국기를 동시에 새기는 페이스페인팅을 뽐내면서 “메시~!”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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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쇼 타임’을 즐기고픈 간절한 마음은 장외에서 더 느껴졌다.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관중이 암표라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호날두와 메시, 세계 축구 양대 스타는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전성기 기량에 근접한 마지막 대회다. 이곳에 몰린 팬들은 현존하는 최고 스타의 플레이를 직관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콜롬비아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은 “(콜롬비아는 모스크바에서 경기하지 않지만) 메시를 보려고 왔다. (현장) 티켓을 구하고 있다”며 “하메스(로드리게스)도 스타지만 메시는 모두의 스타아니냐”고 웃었다. 티켓을 구하는 피켓을 든 팬 대부분 러시아이다. 자영업을 하는 시니코프 씨는 “예매를 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경기장 입구에서 암표 가격을 3만 루블(약 52만 원)부터 부르더라”며 “우리 여건에는 비싼 가격”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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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를 취재하려는 세계 각국 미디어도 골머리를 앓았다. 언론사가 해당 경기 취재를 하려면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 미리 취재 신청을 해야 한다. 경기 당일 미디어석 입장 티켓이 주어진다. 그러나 수많은 언론사가 승인을 거절 당했다. FIFA 관계자는 “개최국 수도에서 열리기에 현지 언론과 더불어 너무 많은 미디어가 몰렸다. 부득이하게 승인이 안 된 미디어가 많다”고 말했다. 취재 승인을 받은 일부 언론사도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FIFA 측은 “우리가 최초 계산한 (미디어) 숫자보다 너무 많이 몰렸다. 킥오프 직전 도착한 언론사에겐 티켓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뜨거운 관심 속 메시의 동작 하나하나에 시선이 쏠렸다. 전반 8분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의 백헤딩을 끌어낸 예리한 왼발 프리킥, 전반 21분 묵직한 중거리슛을 시도했을 때 4만여 관중이 환호했다. 그러나 이들이 본 건 아르헨티나의 졸전, 메시의 페널티킥(PK) 실축이었다. 전반 19분 아르헨티나가 세르히오 아게로의 왼발 선제골로 기선제압에 성공했으나 4분 뒤 알프레드 핀보가손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이후 힘겨루기가 지속했다. 후반 20분 아르헨티나가 PK를 얻어내면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키커로 나선 건 메시. 전날 호날두가 PK로 이번 대회 첫 골을 넣은 것처럼 라이벌 메시도 같은 길을 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골문 왼쪽 겨냥해 찬 슛을 아이슬란드 하네스 포르 할도르슨 골키퍼가 몸을 던져 쳐냈다. 경기장엔 탄식이 흘렀다.
PK 실축 이후 메시는 부담을 떠안은 듯 문전에서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기도 했다. 조금 더 득점에 가까운 동작에 집중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투혼의 수비에 가로막혔다. 후반 36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때린 회심의 왼발 감아 차기 슛도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11개의 슛을 때리고도 무의에 그쳤다. 그를 바라 본 아르헨티나 팬, 기자 모두 머리를 감싸쥐었다. 양 팀 1-1 무승부. 메시의 러시아 월드컵 첫 나들이는 아이슬란드 동화의 시작을 알리는 희생양으로 귀결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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