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남아공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가 리오넬 메시(오른쪽)를 이끌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 꿈을 이룰 것인가. 사진은 지난 2010년 6월17일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조별리그 2차전 당시 김정우를 따돌리며 드리블하는 메시.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러시아 월드컵 D조는 ‘죽음의 조’로 꼽힌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8강 신화를 쓴 아이슬란드,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 월드컵에서만 세 차례 16강 진출에 성공한 아프리카 축구 자존심 나이지리아가 운명처럼 만났다. 메시를 앞세워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아르헨티나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세 팀을 압도할 것으로 보이나 자칫 한 번이라도 미끄러지면 조별리그 막바지는 4개 팀의 생존 경쟁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 우승의 한, 러시아에서 풀까…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아르헨티나는 역대 월드컵 두 차례 우승(1978 1986)과 세 차례 준우승(1930 1990 2014)을 차지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에 이어 메시 시대를 사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이번 대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메시가 우상인 마라도나를 넘으려면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필수다. 그러나 좀처럼 메이저 국가대항전 우승 타이틀과 인연이 없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에 져 다잡은 우승컵을 놓친 그는 2015~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준우승에 그치면서 한때 국가대표 은퇴까지 선언했다. 다시 돌아온 그가 러시아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예선 에콰도르와 최종전을 앞두고 6위에 그쳐 본선 진출이 불투명했으나 메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1 완승을 이끌어 최종 순위 3위로 러시아행에 성공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메시~세르히오 아게로~곤살로 이과인이 버티는 세계 최고의 공격진을 앞세워 러시아에서 한풀이에 나선다.

◇ 아이슬란드 유로의 기적, 월드컵 동화로 이어질까

인구 33만5000여 명의 소국인 아이슬란드 축구는 본업이 치과의사인 감독과 영화 제작자, 법학도 출신 골키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수들이 모여 2년 전 유로2016에서 8강 신화를 썼다. 아이슬란드는 생활 체육을 기반으로 축구 선수 길을 선택한 이들이 많은데 러시아에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도전한다. 많은 전문가가 유로의 돌풍이 월드컵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여겼으나 유럽 예선 I조에서 크로아티아를 따돌리고 1위(7승1무2패)를 차지하며 본선행에 성공했다. 카우리 아르나손과 라그나 시구르드손이 이끄는 수비진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끈끈한 수비를 펼친다. 유럽 예선 10경기 7실점으로 선전했다. 에버턴 미드필더 질피 시구르드손이 중심을 잡는 공격력은 다소 약한 편이지만 특유의 조직력이 빛을 발휘하면 대회 최고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 모드리치-라키티치 ‘황금 중원’…20년 만에 영광 재현 도전

스페인 라 리가를 대표하는 루카 모드리치, 이반 라키티치가 버티는 크로아티아 중원은 월드컵 32개 중 단연 으뜸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 열쇠인 모드리치가 공격적인 능력이 좋다면, 바르셀로나 중원의 핵 라키티치는 전체적인 공수 조율에 능하다. 최전방엔 유럽 예선에서 5골을 넣은 베테랑 골잡이 마리오 만주키치가 버티고 있다. 아이슬란드에 밀려 본선 직행엔 실패했으나 그리스와 플레이오프에서 1승1무를 기록하면서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본선 첫 출전임에도 ‘전설’ 다보르 수케르를 앞세워 4강 신화를 달성한 크로아티아는 황금 중원을 앞세워 20년 만에 영광 재현을 다짐하고 있다.

◇젊고 빨라진 ‘슈퍼이글스’…월드컵 16강 단골 자존심 지킨다

나이지리아는 1994 미국 월드컵 이후 이번 대회까지 6차례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전 다섯 번의 도전 중 세 번이나 16강 진출(1994, 1998, 2014)에 성공했다. 여러 전문가가 러시아 월드컵 D조에서 나이지리아를 최약체로 꼽지만 본선에서 꾸준히 잘 싸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프리카 2차 예선에서 스와질란드에 고전했으나 최종 예선 B조에선 4승2무 무패로 잠비아, 카메룬, 알제리를 따돌리고 본선에 안착했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게 눈길을 끈다. 중원에 첼시에서만 11년 활약한 ‘슈퍼스타’ 존 오비 미켈이 건재하고 오게니 오나지, 윌프레드 은디디 같은 젊은 자원이 뒷받침한다. 공격진에도 예선 3골을 기록한 빅터 모제스 외에 오디온 이갈로, 차세대 스타 알렉스 이워비가 포진했고 수비진엔 레온 발로군을 비롯해 압둘라히 셰후, 케네스 오메루오 등 베테랑과 젊은 자원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