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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국내 드라마 시장은 올 하반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올해 제작되는 드라마가 100편이라고 할만큼 드라마 홍수 속 오는 7월부터 드라마 제작에도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높아진 제작비와 다각화된 플랫폼과 경쟁 콘텐츠들까지 변수로 작용해 국내 드라마 시장은 변화의 회오리 바람 앞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국내 드라마 산업이 직면한 이슈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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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당장의 빅이슈는 근로기준법 적용이다. 지난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업’ 등이 노동 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당장 7월부터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개정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따르면 되지만, 당장 이번 7월부터 주 68시간 이내로 제한받게 됐기 때문이다.
미니시리즈 주연배우들이 일주일에 한번 겨우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고생담을 늘어놓는 일이 부지기수. 그런 배우들의 촬영장을 지키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여건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올초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드라마제작환경개선TF’를 만들어 드라마 제작현장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드라마 제작 종사자들이 일주일 중 하루 평균 19.5시간씩 촬영장에서 일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68시간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당장 7월부터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니 한 드라마 제작자의 말처럼 “답이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임에도 답이 없다는 게 가능할까 싶은데, 이 제작자는 “아직 시행 전이라 다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만 많다. 닥쳐봐야 알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물론 주 68시간 적용으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은 제작비 상승 및 제작기간 연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태프를 2배로 늘리던, 촬영 기간을 2배로 늘리던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맞추든 제작비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배우들에게도 이 기준이 적용되게 되면 더더욱 제작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 세부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현장 스태프들에도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될지 불분명하고, 이는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직 시행전이라 닥쳐봐야 알 것이라는 제작사 대표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향성에는 이견을 내놓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제작하는 입장에서 볼때 한류다 뭐다 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까지는 스태프들의 고혈을 짠게 맞다고 생각한다. 일 하는 사람들에게 마땅한 처우를 인정해야 하고, 그런 방향은 맞다고 본다. 대부분 의견이 그렇다. 또, 요즘 분위기가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분위기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방향은 맞는데, 속도의 문제가 관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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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제작 혹은 반사전제작 시스템이 주 68시간, 더 나아가 내년 7월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노동시간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관측하고들 있기는 하다. 이 제작사 대표는 “이미 많이들 하고 있는 반사전제작으로 가는 추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제작비에 네거티브한 효과도 있을거고, 올해와 내년 2년동안 여러면에서 방송쪽은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JTBC ‘미스 함무라비’가 반사전제작으로 지난달 말 촬영을 모두 마치고 종방연을 가졌고, 지난 4일 첫 방송한 KBS2 새 수목극 ‘너도 인간이지’도 100% 사전제작드라마로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했는지도 모르는” 수백억 드라마 나올까드라마 100편 시대다. 과언이 아닌게 지상파 3사와 tvN, 그리고 올해 월화드라마까지 가세한 JTBC 등에서 쏟아낸 드라마만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이달까지 이미 50편이 넘는다. 여타 채널들이 편성한 드라마들까지 치면 올 한해 드라마가 100편뿐일까 싶을 정도다.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고, 어떤 드라마가 했는지 다 알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사람은 줄기는커녕 더 늘고 있는 양상이다. 드라마가 돈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당장 드라마 본방송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VOD와 해외 수출, 2차 판권 판매 등을 기대하면 마이너스는 아니라는 계산이다. 그래서 대박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으로 너나 할 것 것 없이 드라마 제작에 손을 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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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작비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서는 안일하게만 생각할 수도 없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적용만으로도 제작비 상승을 피할 수 없는데다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배우는 물론 제작진까지 스타로 캐스팅하면 제작비가 수직상승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달 방송을 예정하고 있는 tvN ‘미스터 션샤인’은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로 2연타석 홈런을 친 김은숙 작가와 김응복 PD이 함께 하는 세번째 작품이자 배우 이병헌이 오랜만에 복귀하는 드라마로 기대가 높고, 신미양요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작인 만큼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예상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약 300억에 이르는 수준이다.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 모두 약 1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대박을 냈던 만큼 이번에도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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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승기와 수지의 재회로 기대되는 작품인 ‘배가본드’ 역시 SBS드라마 ‘자이언트’의 유인식 PD와 장영철-정경순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하고, 비행기 추락사고를 그리면서 해외 로케이션까지 있어 제작비가 250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제작비가 200억을 훌쩍 뛰어넘은 건 최근 일이 아니기는 하다. 이병헌이 2009년 출연했던 KBS2 ‘아이리스’가 그 당시에도 200억 제작비를 자랑했고, 지난해 방송했던 SBS ‘사임당, 빛의 일기’나 tvN ‘크리미널 마인드’ 역시 제작비가 200억에 이르렀다. 다만 과거 수백억 제작비를 들여 만든 드라마들의 경험으로 우려되는 점이라면 수백억을 들여놓고도 인기는커녕 제대로 이목을 끌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요즘처럼 드라마가 언제 했는지, 뭐가 했는지도 모르게 너무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는 속에서는 수억원의 회당 제작비가 무색하게 안방팬들의 관심밖의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인상 깊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배우와 제작진에 힘을 주면서 돈을 많이 써도 시청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돈 낭비, 전파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무작정 규모를 키우는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대규모 제작비의 드라마도 너무 많이 늘어나서 중소업체들은 드라마 제작이 정말 힘들다. 대중의 이목 끌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가능성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 국내 드라마 시장도 지금 같은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쏟아지는 드라마들 뿐만 아니라 새롭게 탄생하는 신생 플랫품과 그 안의 수많은 콘텐츠들까지 드라마들이 경쟁해야 하는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러한 환경 자체가 드라마 관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신생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유투브로 검색을 할 정도로 유투브에 친숙하다. 앞으로 플랫폼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그동안 아시아권에 국한된 시장에 매달렸다면 이제는 넷플릭스를 통해 남미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게 너무 어려운데, 넷플릭스를 통해 어디서 어떤 시장이 열리고 어떤 팬층이 형성될지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기대하며 내실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게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올하반기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산’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과연 해외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기대가 모아지기도 한다. 이미 미국 드라마 경험이 있는 배두나와 아시아팬층이 두터운 주지훈의 만남으로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볼거리를 줄 수 있고, 지상파나 케이블에서도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본 한 제작사 대표는 국내에 전형화된 70분물 드라마 포맷의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70분짜리 한국식 미니시리즈의 포맷은 이제 오래 갈지 모르겠다. 너무 길고, 요즘 트렌드는 아닌 것 같다. 해외 세일즈 면에서도 불리한 면이 많다. 해외는 보통 60분물로, 광고를 제외하면 40여분인데, 한국은 70분 물에 62분이 본방송이다. 우리만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면서 “해외 플랫폼 진출이나 스태프 처우 문제 해결이 본격화 되면 이러한 포맷 부분에도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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