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절실한 김경문 감독, 차분히 그라운드 응시[포토]
9연패에 빠지며 슬럼프 탈출이 시급한 NC 김경문 감독이 18일 NC다이노스와 넥센히어로즈의 시즌 첫경기에 앞서 타격훈련을 지켜보고 있다.2018.04.18.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었는지도 모른다. 유난히 시끄러운 겨울을 보냈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 도중하차는 구단의 내부균열과도 관련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외국인투수 로건 베렛(28)이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스프링캠프부터 베렛을 불안하게 바라봤다. 구위부터 타자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해 보였고 변화구가 다양하지도 않았다. 김 감독의 의심은 현실이 됐다. 베렛은 부진 끝에 지난달 14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김 감독의 복심은 베렛의 교체에 있었지만 구단은 모른 척했다. 베렛은 여전히 2군에서 NC 유니폼을 입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베렛 영입 과정이다. 이전까지 NC는 외국인선수 영입에 있어 가장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2017시즌 거액을 투자했던 제프 맨쉽이 부상 이후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구단 내부적으로 데이터팀을 향한 의심의 목소리가 커졌다. 외국인선수 영입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11월 NC 유영준 단장은 “우리 팀의 경우 현장보다는 데이터팀의 판단에 의존해 외국인선수를 영입한다. 이번에도 데이터팀이 좋은 선수를 데려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인선수 영입은 한 시즌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사안이다. 때문에 대다수 팀은 현장과 프런트가 외국인선수 후보군의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의논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외국인선수 영입 과정에서 유 단장은 데이터팀의 판단과 결정을 유난히 강조했다. 현장과 프런트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김 감독은 왕웨이중에 대해선 “동영상을 봤을 때부터 에이스가 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고 했으나 베렛과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포토] NC 베렛,
NC 다이노스 선발 베렛이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있다. 2018.04.19. 목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더구나 베렛은 입단 후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되면서 계약내역이 수정되는 흔치 않은 이력을 남겼다. 당초 NC는 베렛과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총액 8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베렛의 계약은 메디컬 테스트 이후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10만 달러로 축소됐다. 대신 옵션이 최대 70만 달러로 불어났다. 팔꿈치에 불안요소가 내재된 만큼 NC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계약 내역을 수정했고 베렛도 이를 받아들였다. NC 입장에서 베렛의 계약은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 된 것이다.

그래도 NC가 스프링캠프 기간에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문제삼아 베렛과의 계약을 파기했다면, 혹은 적은 보장액을 고려해 시즌 초반 빠르게 교체를 단행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올시즌 NC 추락의 시작점은 마운드 붕괴였다. 장현식의 늦은 복귀와 구창모의 부진, 그리고 기존 필승조의 집단 이탈로 마운드가 폭삭 내려앉았다. 이전까지는 외국인 원투펀치로 버텼지만 올시즌은 원투펀치의 한 축이 사라지며 집단 붕괴를 피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구단이 베렛 교체 요청에 반응하지 않자 젊은 선수들을 파격적으로 기용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사실상의 경질 통보를 받으며 김 감독이 바라봤던 미래는 허무하게 사라졌다.

한편 이날 NC 구단은 김 감독 해임에 따른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발표했다. 김평호 수석코치, 양승관 타격코치가 사의를 밝히며 팀을 떠났고 지연규 코치와 이대환 코치가 각각 1군 투수코치와 불펜코치가 됐다. 정진식 3군 배터리코치는 1군 배터리 및 데이터 코치를 맡는다. 구단의 데이터팀, 전력분석파트와 긴밀히 협업하는 역할이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3군 코치로 보직을 옮겼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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