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U-20 축구국가대표팀의 이승우가 15일 오전 파주 NFC에서 진행된 포토 데이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 | 김도훈기자

[레오강=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0번은 이승우에게 운명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엔트리 제출 마감일을 맞아 신태용호 태극전사 23명의 등번호가 확정된 가운데 막내 이승우가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달게 됐다. 각종 연령별 월드컵 및 아시안컵에서 10번을 도맡았던 그가 이젠 성인대표팀에서도 ‘넘버 텐’을 확보했다.

◇한국축구의 계륵 ‘10번’, 제대로 된 주인 만났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사전 캠프지에서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등번호를 공개했다. 손흥민 7번, 기성용 16번, 장현수 20번, 이재성 17번, 구자철 13번 등 주전급 고참 선수들이 종전에 소속팀 혹은 대표팀에서 달던 번호를 고른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10번은 이승우에게 돌아갔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승우의 경우, 코칭스태프가 지정해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금은 스타급 선수들이 자신의 고유 등번호를 달며 어필하는 시대를 맞았으나 현대축구에서 10번이 의미하는 상징성은 여전히 높다.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리오넬 메시 등이 10번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축구의 경우 10번은 약간 계륵 같은 존재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 번호가 주는 부담 때문인 듯 태극마크를 달았던 스타들이 다른 번호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선 중앙 미드필더 박창선이 10번을 차지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선 막내 이상윤이 10번을 달았다. ‘4강 신화’로 기록되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선 측면 수비수 이영표가 이 번호를 달아 화제가 됐다. 이영표의 경우, 활약상은 훌륭했으나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선수는 아니어서 그의 10번은 다른 나라에서도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후 ‘축구 천재’ 박주영이 2006년과 2010년, 2014년에 3회 연속으로 10번 주인공이 됐고, 그가 빠진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승우가 바통을 물려받았다. 지난 3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10번을 달았던 황희찬은 11번을 선택했다. 이승우와 함께 처음 대표팀에 뽑혀 월드컵까지 내달린 문선민과 오반석에겐 각각 18번과 4번이 낙점됐다. 대표팀 관계자는 “4일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등록 마감이 끝난 이후엔 각 팀의 첫 경기 24시간 전까지 부상 선수에 한하여 피파 의무위원회 사전 승인을 받고 명단 교체가 가능하다”며 “이 땐 FIFA에 제출한 예비명단 35명 외 선수로도 교체가 가능하다. 단 1차전 시작 이후엔 명단 교체가 전혀 안 된다”고 밝혔다.

◇17세·20세 이어 성인 월드컵까지…이승우 3회 연속 ‘10번’

10번이 마침내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았다. 이승우는 최근 연령별 대표팀의 각종 대회에서 10번을 휩쓸었다. 2015년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10번을 새기고 브라질 및 기니를 연파, 한국 남자축구의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초반 2연승을 이끈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같은 번호를 달고 나와 기니 및 아르헨티나와의 1~2차전 연속골로 조기 16강 진출 일등공신이 됐다. 맹활약한 것은 당연했다. 세계적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답게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유망주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동료들을 이끌어 한국 축구가 세계와 당당히 맞서는 도우미 역할까지 했다. 그리고 1년 뒤 기적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에서 한국 선수로는 안정환 이후 16년 만에 세리에A(1부) 득점자가 된 이승우는 그 여세를 몰아 신태용호 깜짝 발탁, A매치 데뷔전이었던 온두라스전 어시스트 작성을 연달아 해냈다. 그리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까지 확보하고 세계적인 스타들 앞에서 자신을 알릴 기회를 맞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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