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준범 인턴기자] '캡틴 박', '두 개의 심장', '산소탱크'. 그를 수식하는 수식어는 많다. 하지만 어떤 수식어도 그의 활약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한국 축구사에 굵은 획을 그은 박지성. 2002 한일월드컵 4강, 2006 독일월드컵 원정 첫 승,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의 쾌거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2000년 4월 AFC 아시안컵 예선 라오스와 경기를 통해 대표팀에 데뷔한 박지성은 처음부터 주목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도 그의 활약을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인 프랑스와 맞대결에서 자신이 엔트리에 든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당시 '아트 사커'의 지배자, 지네딘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 미드필드진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박지성은 부드러운 터치로 프랑스 수비진을 무너뜨리고 동점골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회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바탕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진가는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드러났다. 그는 많은 활동량으로 포르투갈 선수들을 괴롭혔고, 후반 25분에는 강력한 왼발슛으로 포르투갈의 16강 진출 희망을 무너뜨렸다. 골을 넣은 박지성이 벤치로 달려가 히딩크 감독과 포옹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월드컵에서 그의 활약은 꾸준히 이어졌다. 2006 독일 월드컵 프랑스 전에는 천금같은 동점골을,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에서는 쐐기골을 넣었다. 아시아인 최초 본선 3개 대회 연속 골이라는 진기록을 안았다. 2011년에는 한국 선수로는 8번째로 센추리 클럽(A매치 100번째 이상 출전하는 선수)에 가입했다.


<2002년 6월 15일 스포츠서울 3면>

"강팀 만나면 신바람" 겁없는 막내가 일냈다


잉글랜드-프랑스 평가전 이어 득점포 폭발
탁월한 개인기 앞에 세계 5위도 속수무책


그곳에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이 있었다. 히딩크 군단의 어린 기대주가 마침내 일을 냈다.


강한 상대에게 더욱 강한 박지성이었다. 강팀 킬러의 명성은 지난달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입증됐다. 잉글랜드(21일·서귀포), 프랑스(26일·수원)와의 평가전에서 잇달아 한 골씩을 기록했다. 결국 이름값을 해내려는 듯 국제축구연맹(FIFA) 5위의 강호 포르투갈이라는 대어를 상대로 득점포를 폭발했고 16강을 이끌었다.


박지성은 "이제 어떤 강호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설 자신이 있다. 16강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 속에서 승리의 감격을 보탰다.


팽팽한 0-0 균형을 이루던 후반 25분, 박지성은 이영표가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에서 정확하게 센터링한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 한 후 옆에 서 있던 콘세이상을 가볍세 스친 볼을 오른발로 잡아 제친 후 왼발로 슈팅해 골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 개인기와 놀라운 집중력,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함이 엮어낸 하나의 작품이었다.


히딩크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재간둥이. 175cm 75kg로 언뜻 가냘파 보이는 체구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일찌감치 히딩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어리지만 전술적으로 성장한 선수'. 히딩크 감독의 신임은 두터웠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날개 공격수 자리를 오가며 공격과 미드필더, 미드필드와 수비의 연결고리로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훈련하면서 발전을 거듭한 것 같다"며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더욱 많은 국민의 성원이 있다면 앞으로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일본 언론을 통해 이탈리아 페루지아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을 발판으로 더 넓은 무대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를 휴학하고 교토 퍼플상가 팀을 통해 일본에 진출했다. 2000년 4월 아시안컵 1차 예선 라오스전을 시작으로 A매치 36경기에 출전해 4득점을 기록했다. 월드컵 출전은 처음이다. 아버지 박성종 씨와 어머니 장명자 씨의 외아들이다.


2002 한일월드컵 조별 예선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는 박지성.


박지성이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펼쳐진 일본과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산책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 그리스와 경기에서 쐐기골을 넣고 환호하는 박지성.


2014년 은퇴식에서 아내 김민지 씨에게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는 박지성.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해 활동 반경을 넓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뛴 박지성은 이후 퀸즈 파크 레인저스, PSV 에인트호번을 거친 뒤 2014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같은해 7월,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결혼하며 인생 2막을 열었다. 2015년 첫딸 연우 양을 낳았고, 최근 둘째 소식을 전했다. 현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앰버서더, 국제축구평의회 자문위원,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을 맡는 등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는 SBS 해설위원으로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박지성이 선수 시절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말했던 "~때문에". 우리는 박지성 '때문에' 축구를 사랑했고, 월드컵을 더할 나위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는 그를 볼 수 없지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월드컵★]은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한국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에 빛나는 2002한일월드컵 주역 7명의 활약상과 근황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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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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