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하룻밤만 재워줘' 박항서 감독이 고향과 가족 생각에 눈물을 보였다. 강하게만 보였던 '베트남 영웅'의 이면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15일 오후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하룻밤만 재워줘'에서는 이상민과 조재윤의 베트남편 첫 번째 이야기로 베트남의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과의 만남이 그려졌다.


이상민과 조재윤은 베트남으로 출발 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사전 모임을 가졌다. 이상민은 박항서 감독과의 만남을 조재윤에게 알렸고 박 감독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찾아온 손님 이상민, 조재윤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마중나왔다. 박 감독이 공항에 나타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상민과 조재윤은 박 감독이 공항에서 기다릴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기둥 뒤에 숨어있다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박 감독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날 이상민은 박항서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후 약을 복용했다. 박 감독은 농담 삼아 "비타민 아냐?"라며 웃었고, 이상민은 공황 장애로 약을 먹고 있음을 털어놨다. 이상민을 가만히 바라보던 박 감독은 "나도 있었어"라고 고백했고, 이상민과 조재윤은 매우 놀랐다. 그는 과거 경기에 대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앓았던 것.


조재윤은 "감독님과 상민이 형이 지나온 시간이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는 거예요"라며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고, 그들이 걸어온 가시밭길을 안타까워했다. 박 감독은 자신처럼 힘든 시간을 지나 다시 재도약한 이상민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했고, 이상민은 경청하고 공감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조재윤은 "기쁜데 왜 눈물이 나려고 하지"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영웅이 됐지만 그로 인한 부담감도 컸다고 박 감독은 전했다. 그는 "아시안컵 이후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사랑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왔다. 결론은 간단하다. 제가 2배 이상 노력하면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상민과 조재윤이 박 감독을 위해 특별히 공수해온 한국 음식을 대접했다. 앞서 이상민은 베트남으로 출발하기 전 박 감독에 대해 철저한 사전조사를 했다. 박 감독의 향수를 자극할 산청 쏘가리 매운탕을 고향인 산청의 맛 그대로 공수하기 위해 미리 냉동해두는가 하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간장게장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박스째 준비한 그의 남다른 정성과 솜씨가 빛을 발한 것.


박 감독은 조리 중에도 고향의 냄새에 입맛을 다시면서 설레는가 하면 식사하는 내내 촬영임을 의식하지 않고 바닥까지 싹 비워 만족감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간장게장을 폭풍 흡입하고 먹으면서 싱글벙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폭풍 같던 먹방이 끝난 뒤 이상민은 제작진에게 미리 부탁했던 박 감독의 고향 방문 영상을 꺼내 들었다. 고향의 영상을 보며 박 감독은 감동의 눈물을 훔쳤다. 영상 속 고향 친구는 박 감독에 대해 "키는 작지만 강단이 있다. 별명이 '박카스'다"라며 "생각보다 눈물이 참 많다. 외로움이 많은 친구다"라고 설명했고, 이를 보던 박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영상을 본 후 박 감독은 영상편지를 남겼고 마지막에 "어머니 건강하세요"란 말을 힘겹게 꺼내며 오열했다.


대표팀을 이끄는 축구 감독으로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그는 '어머니'란 세 글자에 무너져내렸다. 이를 보던 조재윤과 이상민도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이날 박 감독이 쏟아낸 눈물은 베트남 영웅이 아닌 그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한 아들의 눈물이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ㅣKBS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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