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신태용 감독 \'승우야, 잘하고 있어\'
신태용 감독과 이승우가 지난해 5월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한국-기니전 때 경기 도중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둘은 국가대표팀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전주 |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란 간절함으로 뛰었다.”

장내에서 “와”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원더보이’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가 신태용호 ‘뒤집기 승선’에 성공했다. 깜짝 발탁의 끝판왕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미드필더를 호명하면서 “이승우”하고 크게 외치자 대표팀 발표장의 분위기가 확 달아올랐다. 그의 발탁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주요 포털 검색어 1~2위에 곧바로 등장했고, 14일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다. 최근 대표팀 선수가 긍정적인 의미로 검색어를 장식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스타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A매치 도중 큰 실수를 했을 때 네티즌이 검색어에 띄워 비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승우는 그런 분위기를 단박에 바꿨다.

열흘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승우가 남긴 강렬한 인상이 그를 러시아 문턱까지 오는 대반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이적한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에서 교체 멤버로 들락날락하던 이승우는 지난 7일 명문 AC밀란전에서 종료 몇 분을 남기고 그림 같은 오른발 발리슛을 꽂아넣어 자신의 이탈리아 1부리그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어 13일 열린 베로나-우디네세 홈 경기에선 입단 뒤 처음으로 세리에A 경기에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위협적인 슛 3개를 쐈다. 베로나는 0-1로 패했으나 이승우는 이탈리아 주요 언론의 팀내 평점 1위를 싹쓸이했다. 물밑에서 그를 관찰하던 신 감독도 결국 21일 불러들이기로 했다.

이승우의 발탁은 실력과 미래, 흥행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카드라는 게 축구계 및 팬들의 생각이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때마다 전도유망한 20살 안팎의 공격수들이 대표팀에 승선, 미래를 밝혔다. 1986년 김주성을 비롯해 1990년 서정원, 1994년 조진호, 1998년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달면서 훌쩍 커나갔다. 안방에서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정조국이 훈련 멤버로 참가해 이름을 알렸다. 2006년 박주영, 2010년 김보경도 그렇다. 그렇다고 이승우가 유망주 수준의 선수는 아니다. 신 감독도 자신이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스웨덴과 1차전에 이승우의 활용도가 있음을 전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적진을 향해 거침 없이 달려드는 드리블과 창의력 넘치는 축구 센스는 신태용호에 보탬이 될 것이다. 미래만 밝히는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고 했다. 신태용호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향후 평가전 및 월드컵 흥행에서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호에 대한 열기가 살아나지 않아 고민했다. 국민들의 눈을 확 잡아당길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있지만, 좀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공격수가 필요했다. 이승우가 제 격이다.

이승우는 발탁 뒤 인터뷰를 통해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만 모여 있는 곳인 만큼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발전하겠다”는 말로 기쁨을 표현하기보다 새출발을 다짐했다. 러시아행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상황에서도 “주어진 자리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내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여겼다”며 “1분이라도 모든 것을 걸고 뛰겠다. 어떤 역할이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신 감독님이 추구하는 플레이와 역할을 잘 다듬어 팀에 빨리 녹아들어야 한다”고 오는 21일 신태용호 첫 소집을 기다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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