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 배우 김선아가 또 한 번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를 통해 안순진 역할을 맡은 그는 돌싱녀이자 20년 차 승무원으로 권고사직의 압박과 집이 압류될 위기에 처한 짠한 인물을 연기했다. 게다가 자식을 잃은 슬픔까지 간직한 캐릭터지만 특유의 유쾌한 모습을 유지하되 절절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성숙한 사람들의 의외로 서툰 사랑을 그린 리얼 멜로극을 표방하며, 좀 살아본 사람들의 상상불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손무한 역의 감우성과 특별하면서도 슬픈 로맨스가 주를 이뤘다. 김선아는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을 했을 때 제게 책을 줬던 PD 언니가 ‘키스 먼저 할까요’ 대본을 건넸다. 그때 있던 공간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그러면 안 되는데 7자 제목만 보고 설레서 ‘어떡해, 나 설레’하면서 출연을 결정했다. 나중에 관계자들이 빨리 정한 거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아마 그 언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거 같다. 제 생애에 종이 한 장 보고 작품을 결정한 건 이번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라며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웃는 날보다는 우는 날이 많았고 이제 좀 행복해지나 싶더니 시한부 로맨스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짠내 나는 안순진 역에 대해 “제목만 보면 설레고 달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 줄 몰랐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쿡쿡 박혔다. 아마 떨쳐내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촬영을 마치고 눈물이 나지 않은 적은 처음이다. 왜 실감이 나지 않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몇 년 동안 어두운 작품만 해서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많이 울 줄은 몰랐다. 이렇게 불쌍한 여자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네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제일 불쌍한 거 아니야’라고 하더라. 속았다”라고 웃었다.

이내 김선아는 ‘키스 먼저 할까요’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제주도 바다에서 찍은 첫 신이 생각난다. 날씨가 흐리고 썰물 때여서 걱정했는데 우리의 감정선에 맞는 슬픈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또한 작품 중간중간 나왔던 OST도 가슴을 울렸다. 시적인 대사와 아름다운 장소 덕에 촬영 내내 설렘을 느끼며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선아

슬픈 로맨스를 펼친 상대역 감우성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파트너였다고 만족해했다. “저보다 감성이 10배는 여린 것 같다. 제 신을 찍는 데도 그걸 지켜보면서 많이 울더라. 특히 작품을 놓고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배우로서 가장 행복했다. 짬이 날 때마다 서로 고민하며 합을 맞춰가는 시간이 즐거웠다”라고 감우성과의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감우성의 시한부 설정을 두고 엇갈린 시선도 있었다. “처음 시한부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다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연기를 하면서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손무한이 눈을 안 뜨는데 미치겠더라. 촬영인 걸 알면서도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열린 결말로 끝맺었다. “결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루인가 그 전날에 알았다. 안순진의 아침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깔리긴 했지만, 어쩌면 누구나 이런 불안을 가지고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무한이 눈을 떴으니까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시작이 된다는 게 좋았다. 진짜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는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러 작품을 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꼽는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김선아는 극중 절친으로 나온 예지원과 에피소드를 ‘베스트 5’ 장면으로 주저 없이 꼽았다. “예지원은 정말 준비를 많이 해오는 배우다. 촬영하면서 제작진이 다 담지 못할 정도의 아이디어를 내곤 한다. 예지원과 인천 월미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찍었는데, 촬영 전 잠깐 배운 거라 아쉬워하면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언니가 워낙 춤을 잘 추니까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더라. 그 장면은 지금도 기분이 꿀꿀하다 싶으면 찾아본다. 내 연기 인생에서 ‘베스트 5’에 들어가는 명장면이다”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heilie@sportsseoul.com

사진 | 굳피플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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