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FIFA 독일월드컵 축구 본선 조별리그 G조 한국-토고
2006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G조 한국-토고 경기에서 한국 팬들이 가득 찬 가운데 이영표가 드리블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 배우근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역사와 문화, 백야까지 함께 즐겼으면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24일 서울시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프레젠테이션’ 행사에서 “여자 대표팀은 좋은 경기를 해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이 기세를 남자 대표팀이 물려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란 취재진 질문에 “남자도 잘 해야 한다”고 밝힌 뒤 “독일은 5만명이 티켓을 구매했다고 한다. 우린 ‘팬 ID’ 제도가 신설된 뒤에 홍보가 덜 된 측면이 있다. 러시아는 역사와 문화가 깊은 나라인데 축구를 즐기면서 러시아의 백야 등 좋은 날씨 속에서 응원도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러시아를 찾아 많은 응원 해주길 당부한 것이다. 아울러 상대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적잖이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정 회장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전체 250여만장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입장권 중 이미 배정된 169만8049장의 국가별 분배 현황을 최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개최국 러시아(79만6875장)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티켓을 구매한 나라는 미국(8만161장), 브라질(6만5863장), 콜롬비아(6만199장), 독일(5만5136장), 멕시코(5만1736장) 순이다. 그 중 독일과 멕시코는 신태용호가 각각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과 2차전에서 격돌할 상대다. 5만여장을 조별리그 3경기로 나눠도 경기당 1만~1만5000여명의 독일 및 멕시코 팬들이 4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들어찬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 입장권이 다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두 나라 관중은 더 증가할 수 있다. 멕시코의 경우는 히스패닉 계열 미국인들까지 대거 가세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붉은 악마’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단체 응원 대신, 티켓을 개별 구입한 뒤 현지에서 만나는 방식을 선택하는 등 응원 규모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인종차별이 심하고 강력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는 나라다. 아울러 이번 대회에선 티켓을 구입하더라도 각국 대사관에 ‘팬 ID’를 신청해 이를 지참하고 있어야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런 까다로운 과정도 한국에서 러시아로 건너가는 축구팬들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사관 측도 “팬 ID를 받아간 한국인이 아직 100명도 안 된다”고 밝혔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에는 한국-프랑스전 때 응원단과 현지 교민이 합세해 독일의 인접국인 프랑스를 관중 수에서 누른 적이 있다. 그러나 식은 축구열기와 러시아의 치안에 대한 우려 등이 신태용호 응원군을 감소시키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이런 걱정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한다. 한국-멕시코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를 수 차례 다녀온 에이전트사 월스포츠의 류택형 이사는 “세련된 도시는 아니지만 실제로 가 보면 평온한 곳이고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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