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 임찬규, 6이닝 3실점...5연승 견인!
LG 트윈스 임찬규가 1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11-8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LG의 도덕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선수들이 참고를 했고 안했고를 떠나 경기 중 상대 배터리의 사인 전달 방식을 적은 종이를 더그아웃 뒤쪽 복도에 버젓이 붙여놓고 경기를 치렀다. 통로를 지나던 지역 통신사 사진기자에게 발각됐고 일파만파 논란이 일었다.

LG는 지난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2018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상대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하는 방식을 적은 종이를 더그아웃 안쪽 복도에 부착한채 경기를 치렀다. 이날 선발로 나선 헥터 노에시가 6회까지 안타 9개를 내주며 악전고투했는데 LG 타자들이 예리한 변화구를 참아내거나 완벽히 타이밍을 맞추는 등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4번타자이자 3루수로 타선의 뇌관 역할을 톡톡히하던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허벅지 통증으로 이탈한 터라 경기 초반만해도 “타자들이 극한의 집중력으로 가르시아의 공백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7회까지 매이닝 선두타자가 출루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지만 1회초 유강남의 2루타를 제외하면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헥터의 투구습관이 노출됐거나 포수 김민식의 움직임이 상대 주자에게 빨리 읽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던 이유다. 심지어 경기도 패해 LG가 사인을 ‘대놓고 훔쳤다’고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포토] 프로야구 100만 관중 돌파, 잠실 달구는 뜨거운 응원!
LG 트윈스 유강남이 1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11-8로 앞선 8회 타격하고있다. KBO는 이날 리그 100만 관중이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하지만 경기 도중 사인 교환 방식을 적은 종이를 붙여놓고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공분을 샀다. 구단측도 경기 후 “전력분석에서 정보를 취합해 전달하는데 주자 도루시 도움을 주기 위한 정보 가운데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사인을 훔쳐 경기를 치렀다는 것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전 경기 중계가 이뤄지는데다 포수의 사인교환 방식이 여과없이 전파를 타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사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타이밍을 빼앗는 이른바 0.4초의 승부로 불리기 때문에 타자가 투수가 던지는 구종을 알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결과에 차이가 생긴다.

물론 LG도 “분명히 잘못된 행위다.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전력분석팀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 일이며 류중일 감독은 모르는 일”이라고 변명했다. 시시비비를 떠나 소속팀 감독도 모르게 조직적으로 사인을 훔쳤고 이로 인한 플레이에 팬이 열광하도록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눈 앞의 1승도 물론 중요하지만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더욱이 승부조작 파문 이후 최대 화두로 떠오른 ‘클린 베이스볼’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을 공공연하게 자행했다는 것은 어떤 비난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포토] LG 류중일 감독,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1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모자를 고쳐쓰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행위 자체에 얼마나 큰 문제가 있는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스탠스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KBO 고위 관계자는 경기 직후 “어떤 의도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경위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 제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의도가 무엇이든 사인을 훔쳐 선수들에게 전달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사항이라면 ‘제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닌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심지어 KBO 정운찬 총재가 이른바 ‘볼패싱’ 논란으로 벌금 처분을 받은 두산 양의지의 상벌위원회 결과를 본 뒤 “왜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았느냐”며 재검토를 요청할만큼 ‘클린 베이스볼 실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공공연하게 사인을 훔쳐 선수들에게 전달하려는 시도 자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초반 선전으로 가을야구의 꿈을 품기 시작한 LG 팬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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