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 류중일 감독, 좋아~ 좋아~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7회 상대 실책으로 채은성이 홈을 밟아 추가점으로 만들자 등을 토닥이며 독려하고있다. 2018.04.12.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야구가 변했다. ‘베스트 9’을 밀어붙이는 류중일 감독의 뚝심이 LG 돌풍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상대 선발투수에 맞춰 수차례 바뀌던 라인업이 우직하게 유지된다. 좌완 선발투수가 나올 때는 우타자, 우완 선발투수나 사이드암 선발투수가 나올 때는 좌타자가 라인업에 배치되던 이른바 ‘좌우놀이’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초스피드 반등이다. 시즌 첫 10경기서 3승 7패로 고전했던 LG는 이후 9경기서 7승 2패로 치고 올라왔다. 5연승과 3연속 위닝시리즈로 상위권 도약을 눈앞에 뒀다. 선발진의 연이은 호투 외에도 야수진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뢰가 자리잡았다. 적재적소에서 점수를 뽑으며 완벽한 투타 밸런스를 자랑한다. 타선 전체에 응집력이 생겼는데 그 중심에는 1할대로 허덕였던 채은성과 양석환의 도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령탑은 당장 눈앞의 1승이 절실하다.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진 타자를 매일 중심타순에 배치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하위타순으로 내리거나 휴식을 준다. 하지만 류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즌 전 구상을 고스란히 밀어붙였다. 3월 7경기 타율 0.182, 지난 7일 사직 롯데전까지 타율 0.195에 그쳤던 채은성을 흔들림 없이 5번 타순에 배치했다. 결국 채은성은 류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지난 8일 사직 롯데전부터 15일 잠실 KIA전까지 타율 0.409(22타수 9안타)로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포토] LG 채은성,
LG 트윈스 채은성이 12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타격하고있다. 2018.04.12.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물론 고민도 많았다. 류 감독은 채은성이 마침내 살아났다는 얘기에 “감독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잠에서 벌떡벌떡 깰 때가 있다. 나는 몰랐는데 집사람이 내가 선수 이름을 외치면서 깨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의식하지는 못해도 은성이를 부르면서 일어난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웃으며 “그래도 지금 잘 하고 있지 않나. 이렇게 꾸준히 해주면 정말 좋겠다”고 무거운 과제를 해결한 듯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류 감독이 채은성을 5번 타자로 밀어붙인 이유는 분명하다. 일찌감치 주전 외야수를 김현수, 안익훈으로 확정지은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외야수 마지막 한 자리를 테스트했다. 고민 끝에 차분하게 투수와 승부하고 엔트리에 포함된 외야수 중 우익수 수비가 가장 안정적인 채은성을 선택했다.

대체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좌타자 이천웅도 공수에서 채은성 못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두 달 동안 진행된 내부경쟁의 과정과 결과에 무게를 뒀다. 경쟁을 통해 완성된 ‘베스트 9’을 유지한 가운데 시즌을 운용하는 게 팀을 강하게 만든다는 철학을 고수했다. 주전선수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대주자나 대수비, 대타 역할을 맡은 선수들은 작은 역할에 충실해야 강팀이 된다고 믿었다. 삼성 왕조의 뿌리도 여기에 있었다. 공수에서 중간 이상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을 주전으로 확정짓고 강명구, 조동찬, 김태완, 김헌곤 같은 선수들이 주전을 백업하는 구조로 4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류 감독은 양석환도 우직하게 1루수로 선발출장시켰다. 대주자, 대수비 역할을 맡은 김용의나 2군에 있는 장타자 김재율에게 1루를 맡길 수 있었지만 1루 미트는 거의 매경기 양석환이 꼈다. 양석환도 채은성처럼 지난 6일까지 1할대 타율에 허덕였으나 7일 사직 롯데전서 4타수 4안타를 치면서 극적으로 타격 상승곡선을 그렸다. 7일부터 양석환은 7연속 경기 안타를 기록하며 주전 1루수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LG가 매시즌 극심한 기복에 시달리는 원인은 분명하다. 항상 야심차게 야수진 리빌딩을 진행했지만 고정 라인업을 구축하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채은성과 양석환도 그랬다. 반짝 활약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가도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했다. 플래툰이 적용되거나 경쟁자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자신감을 잃은 채 수차례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LG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우직함’이 생겼다. 류 감독은 “개막 후 혼란스러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앞으로는 타순 변경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며 “이형종도 100%가 됐을 때 올릴 계획이다. 공수주가 모두 완벽했을 때 콜업한다”고 베스트9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류중일 매직이 LG에 새로운 팀컬러를 덧씌우면서 KBO리그에도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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