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FIFA 독일월드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2006 독일 월드컵 때 축구 국가대표팀이 전세기를 타고 독일 쾰른-본 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박지성이 트랙으로 내려오고 있다. 쾰른 | 배우근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월드컵 본선은 이동과의 전쟁이다.

월드컵 본선은 참가 32개국이 개최국 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해당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6월 개최되는 러시아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며 소화한다. 16강 토너먼트부터는 베이스캠프로 복귀하거나 다음 경기 개최도시 이동로 바로 이동하게 된다. ‘신태용호’는 6월3일 한국을 떠날 때부터 6월27일 조별리그 최종전 독일전까지만 마치고 돌아온다고 가정해도 비행기를 최소 9번이나 타게 된다.

우선 인천공항을 떠나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도시 레오강까지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직항편이 있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까지 이동한 뒤 차량으로 3~4시간을 타고 레오강으로 갈 계획이다. 레오강에서 열흘 동안 전지훈련과 두 차례의 실전을 하고 나면 독일 뮌헨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3시간 가량 타고 12일 러시아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32개 참가국이 자국에서 떠나 러시아에 올 때까지 FIFA에서 규정한 각국 선수단 50명(선수 23명+코칭스태프+지원스태프)의 비즈니스 항공권을 결제하거나 이에 상당하는 금액을 각국 축구협회에 지불하도록 돼 있다. 신태용호도 이 비용으로 인천→빈, 뮌헨→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두 편의 항공권을 구매한다.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면 신태용호는 각 경기 1~2일전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전세기를 타고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 이동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나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대표팀은 일반인들처럼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오지 않았다. 공항 트랙에 대기해 놓은 전세버스를 타고 곧장 숙소로 곧장 향했다. 신태용호는 1차전 스웨덴전(6월18일)이 열리는 니즈니 노보고르드와 2차전 멕시코전(6월23일)이 벌어지는 로스토프엔 경기 이틀 전 오후에 도착한다. 독일과 3차전(6월27일)이 펼쳐지는 카잔엔 경기 하루 전 오전에 입성한다. 태극전사들은 경기가 끝난 뒤 개최 도시에서 숙박하지 않고 바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베이스캠프로 전세기를 타고 돌아간다. 조별리그 경기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A·B·D·E조에 속했다면 비행기를 타는 회수를 두 번 줄일 수도 있었으나 한국은 F조에 편성됐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말 동아시안컵 기간 도중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있는 뉴 페테르호프호텔과 스파르타크 경기장을 베이스캠프로 결정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러시아 북서쪽에 있어 모스크바보다 각 경기장으로 비행기를 한 시간 가량 더 타고 가야 한다는 단점이 지적됐으나 대한축구협회는 “뉴 페테르호프 호텔이 공항과 가깝고 어차피 비행기를 타는 것이라면 40분~1시간 더 타고 가는 것은 괜찮다”고 답변했다. 베이스캠프에서 1~3차전이 열리는 각 도시 호텔까지의 총 이동시간은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내 기압이 평지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비행기를 오래 탈수록 선수들의 피로도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모스크바나 인근 도시를 물색하는 게 좋았을 것이란 일각의 의견도 있다.

신태용호는 지난달 유럽 원정에서 이런 형태의 전세기 이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 3월24일 북아일랜드와 원정 경기를 치른 직후 벨파스트 공항으로 이동해 28일 폴란드전이 열리는 폴란드 남부도시 카토비체 공항까지 전세기를 타고 간 것이다. 신 감독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비행기 이동 리허설’을 했다. 월드컵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5일 간격으로 90분 혈투를 치러야 하는 태극전사 입장에서 비행기 이동은 숨길 수 없는 주요 변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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