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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KBO리그 통산 최다승인 210승, 최다 삼진인 2048삼진, 듣기만 해도 놀라운 기록의 주인공은 바로 송진우(52)다.

1989년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 송진우는 프로 생활 20년간 수많은 대기록을 남겼다. 첫 데뷔전을 완봉승(9이닝 4안타)으로 장식하는가 하면 2000년 최고령 노히트 노런, 2005년 최고령 무4사구 완봉승을 거두며 나이를 불문하고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의 등 번호 21번은 그렇게 한화의 영구 결번으로 남았다.

2018년 한화 이글스 투수 코치로 부임하면서 영구결번은 부활했다. 현역 시절 노력이 깃든 등 번호를 다시 달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송진우 코치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나 추억보따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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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천후 독수리’ 송진우

송 코치는 현역 시절 선발, 마무리 구분 없이 경기에 나갔다. 1992년에는 프로야구 최초로 구원왕(36세이브 포인트)과 다승왕(19승)을 동시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90년도부터 세이브를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불펜, 홀드, 세이브 이런 것들의 정립이 안된 상태라 팀에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나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대 프로야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전천후 활약은 분명 상당한 체력 소모를 유발한다. 어깨나 팔꿈치에 무리가 올 수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되레 “사이 영과 같은 미국의 전설적인 선수들도 다 그렇게 던졌다. 잘 던지면 그만큼 많이 무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체질상 피로감을 덜 느끼고 회복이 빨라 버텼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워낙 경기를 많이 뛰어서”라고 자랑하면서도 1991년 한국시리즈 3차전을 꼽았다. 당시 송 코치는 8회 2사까지 퍼펙트 경기를 펼치다 볼넷을 내준 뒤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그는 “그 경기를 이번 개막전에 한 방송사가 보여줬다고 하더라. 기억해주는 팬들이 많았고 나 역시 여전히 아쉽다. 수많은 기록을 달성한 순간도 있지만 기억에 남는 경기 하나를 꼽자면 가장 아쉬웠던 경기다”라고 덧붙였다.

◇ 인생을 바꾼 계기, 서클 체인지업

보직을 넘나들며 활약했던 후유증은 결국 1997~98년 찾아왔다. 방어율이 각각 4.60, 4.79로 치솟았다. “공의 스피드가 떨어진 건 아니었다. 공이 많이 몰리고 회전이 풀려가면서 포수 미트에 들어가더라. 당연히 타자 눈에 많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1998시즌을 마치고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제프’라는 외국인 투수 코치를 만났다. 그는 “제프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서클 체인지업을 배웠다. 처음엔 제구력이 좋지 않았는데 스스로 잘 던진다 생각하니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며 체인지업과 첫 만남을 떠올렸다.

신무기 장착으로 송 코치는 1999년 15승을 거두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에 “체인지업이 되다 보니 슬라이더도 몸쪽만 던지던 걸 바깥쪽으로 던지고 포크볼, 스플리터 등 공부하는 맛이 생겼다. 구종의 변화를 많이 줬고 타자 승부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체인지업이 인생을 바꿔놨다. 체인지업이 아니었으면 1년 1년 버티다가 그만뒀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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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가 VS 지도자

은퇴 후 송 코치는 2015년부터 2년 동안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논란도 있었지만 2년의 세월은 그에게 추억거리로 남았다. 송 코치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여러 일을 해보는 것도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생 야구만 해온 나에게 해설은 큰 추억거리였다”고 밝혔다.

지도자와 해설가 중 어느 것이 더 체질에 맞냐는 질문에는 “장단점이 있다. 코치는 1년 단위로 계약하다 보니 1일 용역을 맡은 느낌도 있다”며 농담 섞인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방송은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포토]팀 주축으로 돌아온 한화 레전드

◇ 다시 돌아온 이글스

올시즌 한화의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 감독과 함께 송 코치도 다시 이글스로 돌아왔다. 어떠냐는 말에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어렵다”였다. 그는 “지도자라는 게 결과에 따라 평가를 많이 받는다. 성적보다 지도에 대한 방식, 가치관을 중점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성적과 맞물려 어렵지만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송 코치다. 그는 “재미있게 하려 한다. 운동장에 있는 시간이 흥이 나야 할 수 있는 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그 생각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미소지었다.

물론 필요한 부분에서는 강하게 밀어붙인다. 송 코치는 “공을 던지는 쪽에 있어서는 강하게 푸시하고 있다. 승부의 세계니 이겨야 가족도 본인도 행복해질 수 있다”라며 “내가 가진 경험을 잘 정리해서 푸시하고 있다”고 나름의 지도 철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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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송 코치에게 과거 사진 두 장을 보여줬다. 상의를 탈의한 채 계곡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기자들을 위한 이벤트였다며 웃던 그는 “당시엔 투수 다섯 명 모아 ‘독수리 5형제’라며 이벤트를 한 적도 있다”며 “신인 때인데 겨울이라 엄청 추웠다. 내가 팔 힘이 없어 엎드려 있는 포즈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옛 추억과 함께 유쾌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julym@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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