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팬
5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주 리버풀 안필드 앞에서 리버풀 팬들이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다. 리버풀 | 장영민 통신원

[리버풀=스포츠서울 장영민 통신원] 킥오프 전부터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5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주 리버풀 안필드.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맞붙은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간의 맞대결이나 챔피언스리그 무대는 확실히 달랐다. 리버풀 팬은 프리미어리그 때보다 성난 사자같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상대팀 맨시티를 경계하며 “오~살라” 응원가를 부르는 리버풀 팬이 안필드에 모여들었다. 머지사이드주 경찰은 이날 경기 전 홈페이지에 경기장 주변 공사 및 팬 안전을 위해 기존 선수단 버스 이동 경로를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리버풀 구단도 언론에 대규모 팬 집단 행동을 자제하고 친절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맨시티를 맞자고 외쳤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은 공염불에 그쳤다. 경기 전 일부 리버풀 팬은 유리병과 연막탄을 손에 쥐었고, 끝내 경기장에 들어오던 맨시티 선수단 버스를 향해 던졌다. 버스 창문이 깨지는 등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영국 언론은 이 장면을 집중보도했다. 리버풀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을 규탄한다’며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최대한 협조할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선수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리버풀의 전설인 스티븐 제라도도 팬들의 이같은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정도였다.

머지사이드 경찰 공고문
머지사이드 경찰 홈페이지 공고문.

안필드 홍염
안필드 일대 홍염으로 가득한 모습.

리버풀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구단이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없다. 반면 맨시티는 신흥강호로 발돋움했으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정상에 선 적이 없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격돌한 이날 양 팀의 맞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리그 우승까지 1경기만을 남겨둔 맨시티 입장에서는 또다른 타이틀인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도전 정신이 강했다. 그러나 ‘펩의 천적’으로 불리는 위르겐 클롭 감독은 역시나 번뜩이는 전술로 맨시티를 잡았다. 전반 특유의 게겐 프레싱으로 맨시티의 빌드업을 틀어막았다. 앤드류 로버트슨, 알렉산더 아놀드 두 풀백도 전진하면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했다. 전반 12분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29골)를 달리는 이집트 스트라이커 모하메드 살라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역습 상황에서 살라가 페널티지역에서 피르미누에 패스했고 피르미누가 다시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노마크 기회를 맞은 살라에게 연결해 깔끔하게 맨시티 골망을 흔들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리버풀은 전반 21분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아크 정면에서 시원한 중거리포로 왼쪽 골망을 흔들어 2-0으로 달아났다. 전반 31분엔 두 아프리카 공격수가 맨시티 추격 의지를 꺾었다. 살라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크로스한 공을 마네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안필드는 그야말로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살라는 올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 공식 대회 43경기를 뛰면서 38골 13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날도 1골 1도움을 해냈다. 살라의 선제골을 도운 피르미누는 44경기 23골 13도움을, 마네는 35경기 16골 9도움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리버풀 공격 삼각 편대가 올 시즌 77골을 합작.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공공의 적으로 자리잡았다. 후반 살라의 갑작스러운 부상이 있었으나 클롭 감독은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을 투입해 전반 4-3-3에서 4-4-2로 변화를 주면서 촘촘한 수비력을 뽐냈다. 맨시티가 유효슛 한 번 기록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1차전을 웃었다.

전략의 승리를 거둔 클롭 감독도 마냥 웃을 순 없었다. 킥오프 전 관중 소동 때문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 리버풀을 대표해 사과한다”고 아쉬워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리버풀답지 않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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