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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이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캐멀백랜치에서 시범경기 첫 선발등판을 하루 앞둔 28일(한국시간)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글렌데일(미 애리조나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2018-02-28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새로 장착한 구종의 움직임은 위력적이다. 타자들의 머릿속에 없는 구종을 던지면 범타를 유도하거나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을 확률은 부쩍 올라간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공을 던져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커터와 투심의 비중을 높인 류현진(31. LA 다저스)이 제구난조로 올시즌 첫 등판에서 고전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무기가 말을 듣지 않으며 류현진 답지 않은 경기를 했다. 물론 팔색조로 변신을 꾀하는 과정이다. 벌써 부정적인 전망을 내릴 필요는 없다. 다음 선발 등판도 이미 보장됐기 때문에 부진의 원인을 차분하게 돌아보며 정립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5개의 공을 던지며 3.2이닝 5안타, 5볼넷, 2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시즌 첫 등판의 긴장감,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다소 어긋났던 호흡 등 다양한 측면에서 패인을 짚어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제구였다. 능수능란하게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넘나들던 류현진 특유의 ‘칼날 제구’가 실종됐고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 많아지며 볼카운트가 불리해졌다. 대부분 구종의 제구가 흔들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심과 커터 같은 변종 패스트볼 구사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이저리그(ML) 진출 두 번째 해인 2014시즌까지만 해도 류현진에게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은 직구(포심) 뿐이었다. 정석으로 그립을 잡고 패스트볼을 던졌고 포심 패스트볼 외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구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타자들은 류현진의 공에 익숙해졌다. 2017시즌에는 그의 볼배합을 간파해 바깥쪽 체인지업이 들어오는 타이밍을 읽고 장타를 터뜨리곤 했다. 그러자 류현진은 커터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포스트시즌 기간에는 투심을 연마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선 커터와 투심의 비율을 부쩍 높이며 팔색조 변신을 다짐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구위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시즌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시즌 첫 등판부터 제구 난조로 꼬여버렸다.

한 구종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커터는 포심을 잃어버리게 하는 악성요소가 잠재돼 있다. 커터를 던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포심에도 무브먼트가 생기면서 마음대로 제구가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공을 채는 집게 손가락과 중지의 균형이 무너져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때문에 커터를 던지는 몇몇 투수들은 아예 포심을 포기하기도 한다. 포심을 하이볼과 같은 특정 로케이션에만 구사하고 첫 번째 구종으로 커터만 던지기도 한다.

류현진은 최고 코칭스태프의 지도와 조언을 통해 구종을 추가했다. 류현진에게 투심을 제안한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포수였던 캔리 얀선에게 변종 패스트볼을 가르쳐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KBO리그와 ML를 거치며 끊임없이 구종을 추가하거나 강화해왔다. 한화 입단 후 빠르게 체인지업을 터득했고 ML에선 슬라이더를 업그레이드시켰다. 투심은 류현진으로 하여금 좌타자를 지배할 수 있게 만드는 무기다. 커터는 지난해 몇 차례 위력을 증명했다. 타자와 머리싸움에 능한 류현진인 만큼 다룰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지면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제 류현진에게는 다음 등판인 9일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해졌다. 이번 제구 난조가 단순한 성장통일 뿐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는 커브만 살아나도 타자와의 승부가 한결 편해진다. 투심과 커터까지 마음대로 꽂아넣을 수 있다면 이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신인 시절부터 빼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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