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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2018 KBO리그 타석에 ‘검투사’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면강타에 미리 대비하는 움직임인데 이 정도면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2002년 당시 현대에서 활약하던 심정수가 개막 두 번째 경기인 4월 6일 롯데전에서 안면에 투구를 맞아 25바늘을 꿰맸다. 2001년 6월에도 투구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던 심정수는 두 번이나 안면에 공을 맞은 뒤 안면보호대를 덧댄 헬멧을 착용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이른바 ‘검투사 헬멧’으로 불리는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 최초의 사례였다. 당시 현대 구단 프런트로 선수들을 뒷바라지했던 염경엽 SK 단장이 직접 연장을 들고 손재주를 과시하며 뚝딱 ‘검투사 헬멧’을 만들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심정수는 “몸쪽에 대한 공포감이 조금 해소되는 것 같아 더 적극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고 검투사 헬멧의 효용성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종범, 조성환 등 광대뼈 함몰 악몽을 경험한 타자들이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검투사 헬멧을 착용했는데 지난해부터 붐이 일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각 팀 라인업의 절반 가량이 안면보호대를 착용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NC는 지난 겨울 구단이 나서서 검투사 헬멧을 신청받았고 KIA도 나지완, 김선빈에 이어 이명기, 최원준, 김주찬 등이 안면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KIA 로저 버나디나는 지난 2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정규시즌 개막전에 검투사 헬멧을 쓰고 경기를 치렀는데 불편했는지 곧바로 벗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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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T 김동욱은 안면보호대에 공을 맞은 뒤 멀쩡히 걸어나가 효용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막을 수도 있고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도구라 많은 타자들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 됐다. 삼성 김상수는 “심리적으로 약간 안정감이 있다.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 말고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명기 역시 “부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용”이라면서도 “광대 쪽을 가려서인지 시각적으로도 더 집중이 되는 느낌이다. 투수와의 수싸움에 집중할 수 있는 시야가 형성돼 마음에 든다”고 부수적인 효과에도 만족스러워했다.
타자들의 장비가 진화하면서 투수들만 더 핀치에 몰리는 모양새다. 타고투저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수는 몸쪽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타자들이 팔꿈치와 정강이 보호대에 이어 검투사 헬멧까지 장착하고 타석에 들어서면서 몸쪽으로 날아드는 공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떨치고 적극적으로 몸쪽 공에 대응하다보니 투수 입장에서는 노릴 구석이 사라진 셈이다. 개막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른 각 팀의 타격감이 검투사 헬멧 열풍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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