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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지난 22일 ‘미세먼지, 자동차와 환경’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개최됐다. 제공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재난에 가까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인 절감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와 관련된 해법을 찾으려는 토론회가 열려 주목된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회장 하영선 데일리카 국장)는 지난 22일 ‘미세먼지, 자동차와 환경’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자동차 배기가스도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해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의 미세먼지 대책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 안문수 회장,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 정용일 전(前) 단장, 이화여자대학교 김용표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국립환경과학원 엄명도 전 소장,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연합 임기상 대표가 패널로 나섰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광규 전 위원이 ‘수도권 대기 개선 정책 효과와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토론회에서는 우선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명도 전 소장은 “꼭 자동차에 한정해서가 아니라 연료에너지 전체에 대해 접근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에너지 구조를 보면 30%가 수송에, 70%가 산업에 쓰이고 있다. 가정에서도 겨울철 난방과 요리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유차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국내는 물론 유럽 등에서 경유차가 퇴출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정용일 전 단장은 “한때 디젤 엔진은 유럽 사람들의 자존심이었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개발한 디젤 엔진이 휘발유 중심의 까다로운 미국 환경 규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돼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속임수가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자랑스러워했던 독일 국민들조차도 분개하고 있다. 2050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을 도로에서 몰아내겠다는 정책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엄명도 전 소장은 “경유 자체가 더러운(더티한) 연료이기 때문”이라면서 “경유는 휘발유에 대해 수소와 탄소의 결합 구조 자체가 훨씬 더 복잡하고 구성 물질 자체가 깨끗하지 않다. 클린 디젤은 처음부터 환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안문수 회장 역시 “경유차에는 착시 현상이 있다. 경유는 미세먼지(PM)와 질소산화물이 많이 발생 되고 휘발유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문제는 경유차에는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유해물질이 더 있다. 바로 발암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유차에서 배출하는 배기가스에는 1급 발암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물질들은 뇌줄중 뇌경색과 심혈관 계통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면서 “대형 화물차를 당장 없앨 수는 없겠지만 소형 디젤 승용차는 종말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유차 퇴출과 관련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2030년까지 디젤차를 다른 동력원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6년부터는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도 제한된다. 더불어 노후 경유차의 저공해화 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임기상 대표는 “정부가 처음부터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게 잘못 된 접근이었다. 우리나라는 노후 디젤 엔진을 개선하는 비용의 90%를 지원해 준다. 일본은 그 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지원하지만 성과는 더 높다. 노후 경유차 소유자들은 저감장치를 부착했더니 출력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처음부터 경유차 저공해화 대책은 성능이 핵심이 아니라 환경이었다.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전환 없이 돈(지원)으로 시민에게 참여를 유도한 게 잘못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노후 경유차는 조기 폐차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패널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김용표 교수는 “질소산화물과 유기화합물은 햇빛을 만나면서 미세먼지로 만들어 진다. 경유차에서 배출 되는 질소산화물은 반응속도가 매우 빠르다. 예전의 2행정 오토바이에서 많이 배출 되던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물론 가장 시급한 것은 노후 경유차다. 노후 경유차는 조기 폐차가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검사의 허술한 체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엄명도 전 소장은 “자동차 검사를 민간에 풀어 놨더니 예전에 휘발유차의 부적합율이 30%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3%밖에 안 된다”면서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꼬집했다. 정용일 전 단장 역시 “경유차 후처리 장치는 특히 더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후처리 장치는 한번 고장 나면 수리 비용도 엄청나다. 200~250만 원이나 한다. 이 가격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문수 회장도 “경유차 ‘SCR(선택적환원촉매)’과 ‘DPF(미립자필터)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미세먼지 배출 정도가 휘발유 차 수준으로 준다는 사실도 옳은 말”이라면서 “문제는 관리다. DPF와 SCR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사후 관리의 현실을 보면 이것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 자동차 제작사도 산업 논리만 펼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디젤 소형차는 다른 대안이 있기 때문에 없애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가장 가까운데서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노후 경유차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후 건설 기계 등이 최우선 관리 대상이라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등은 입을 모았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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