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게임산업이 AI(인공지능)에 ‘푹~’ 빠졌다.

국내 주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AI 연구 비전을 공개한 가운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와의 협업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 게임사들이 AI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 이재준 AI 센터장
이재준 엔씨소프트 AI 센터장이 엔씨소프트의 AI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모습 드러낸 엔씨표 AI

엔씨소프트는 지난 15일 판교 R&D 센터에서 AI 연구개발 조직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하는 ‘NC AI 미디어 토크’를 개최하고 AI 개발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가졌다.

엔씨의 AI 개발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2011년부터 연구 활동에 들어갔고 현재 AI와 관련된 연구 인력은 100여명에 이른다. 개발 분야는 ▲게임AI랩 ▲스피치(Speech)랩 ▲비전(Vision) TF(태스크포스) ▲언어AI랩 ▲지식AI랩 등 5개 분야다. 이미 7년여간 AI에 대한 개발을 해왔지만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그리고 올해 2월 연구 성과와 현황을 내부에 공개하며 AI에 대한 비전을 외부와 공유하기로 했다.

이재준 AI 센터장은 “엔씨소프트의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라며 “연구 중인 AI 기술이 기존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연구 방향을 공개했다.

엔씨표 AI는 이미 게임 ‘블레이드 & 소울’에 적용됐다. 지난해 1월 시작한 ‘무한의 탑’ 콘텐츠에 적용해 이용자와의 대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

이어 야구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를 통해 선보인다. 페이지는 엔씨가 개발한 AI 기술을 활용해 야구에 특화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 요약, 편집하고 이를 사용자가 가장 필요한 때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AI에 질문하면 지식을 가공해 답하고 경기 예측, 퀴즈 등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페이지는 4월 중 iOS 및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공개된다. 엔씨는 이외에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아날로그 시대가 프로그래밍 기반의 디지털 시대로 전환됐듯,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러닝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엔씨는 AI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빠르게 다가오는 AI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 이준영 센터장
넷마블게임즈 AI 개발을 책임지게 된 이준영 센터장

◇넷마블 게임즈 지능형 게임을 위해

넷마블은 AI 연구개발의 목표를 이용자들이 게임을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2014년 말부터 이용자 맞춤형 게임 서비스 엔진 ‘콜럼버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 연구를 통해 이용자들이 더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능형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지난 2월 NPT 행사에서 “AI는 사람을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이기기보다는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방식으로 더 재밌고 흥미롭게 만들어주고 어려움을 만나면 적절한 대응책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IBM 왓슨연구소 출신 이준영 박사를 AI 센터장으로 선임하는 등 AI 관련 투자에 나설 준비를 마무리했다.

AI 워크숍
블리즈컨 2017에서 개최된 AI 워크숍 현장

◇딥마인드와의 협업 중인 블리자드

블리자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전세계를 주목시킨 구글 딥마인드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2를 이용한 인간과 AI 대결이라는 세기의 대결을 준비 중에 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는 2016년 11월 열린 블리즈컨에서 딥마인드와의 협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블리즈컨에서는 스타크래프트2 추가 콘텐츠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팀 모튼 PD(프로덕션 디렉터)를 앞세워 현장 참가 기자들에게 AI와의 대전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블리즈컨 기간 동안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와 인접한 힐튼호텔에서 AI와 관련된 워크숍을 주최했다. 이 자리는 전세계 AI 개발자들을 초청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행사에는 30여명의 전세계 개발자들은 서로의 경험과 개발 내용을 공개하며 AI 개발에 도움을 주고받았다.

업계에서는 “AI는 게임과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향후 AI 기술과 데이터가 어느 회사가 풍부한가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며 “AI 기술이 더욱 고도화된다면 게임 기업이 단순히 게임기업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엔씨가 게임 서비스 이외에 야구 정보 제공 서비스를 AI 사업으로 지목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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