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이 지난해 11월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콜롬비아 평가전에서 두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손’을 어떻게 쓸 것인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을 위한 장도에 올랐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3달 앞두고도 해법이 도출되지 않은 수비라인 정비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공격에선 ‘손흥민 활용법’과 파괴력 극대화가 시선을 모을 전망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본선부터 그와 호흡을 맞춘 신 감독은 손흥민 중심의 공격 전술 다듬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쏟아지고 있는 손흥민의 골 폭풍이 ‘신태용호’에서도 불어닥치면 죽음의 조에 속한 한국의 16강 확률도 높아진다.

신 감독과 코칭스태프, 14명의 K리그 선수들은 19일 출국했다. 오는 23일까지 아일랜드에 체류하는 대표팀은 24일 오후 11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로 이동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북아일랜드와 사상 첫 A매치를 치르고 폴란드 호주프로 장소를 옮겨 28일 오후 3시45분 FIFA 랭킹 6위의 강호이자 러시아 월드컵 톱시드 배정국인 폴란드와 격돌한다. FIFA 랭킹 59위인 한국에 이번 2연전은 러시아 월드컵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골을 넣고 적진을 무너트려야 본선에 대한 자신감도 더 쌓을 수 있다.

체격 좋은 유럽팀과의 대결을 이겨내기 위한 첫 번째 창이 바로 손흥민을 중심으로 펼치는 빠르고 다이나믹한 속공이다. 신 감독은 이미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 세르비아전 등 월드컵 본선 진출국과의 두 차례 국내 A매치를 통해 새 해법을 찾았다. 그의 포지션을 기존 왼쪽 측면 윙어에서 벗어나 4-4-2 포메이션의 투톱 중 하나로 바꾼 것이다. 그의 파트너로는 역시 스피드 있고 투지 넘치는 이근호를 낙점했는데 이 전술은 손흥민이 콜롬비아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하며 ‘신태용호’의 분위기 반전을 일궈냄으로써 대성공을 거뒀다. 손흥민도 A매치에서 고전했던 징크스를 털어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이번 2연전에서도 손흥민은 투톱으로 쓰일 확률이 높다. 신 감독도 19일 출국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일단 내 머리 속 흥민이는 투톱”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골잡이 해리 케인, 패스와 킥이 일품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있는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은 다르다”며 “신 감독이 온 뒤 손흥민의 투톱 변신이 효과를 봤고 또 대표팀에서 골 넣을 선수 1순위가 손흥민이란 점을 봤을 때 신태용호에선 공격수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를 윙포워드나 2선 공격수로 배치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 높게 발휘된다면 ‘손흥민 시프트’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게 신 감독의 구상이다. 그는 “포메이션에 얽매이지 않는 게 내 축구다. 측면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손흥민을 돌릴 수 있다. 또 (공격수들이)특정 포지션에 고정되지 않고 경기 중에 자유자재로 넘나들기를 원한다”고 했다.

대표팀은 이번 유럽 원정에서 손흥민과 이근호, 황희찬 등 1~2선을 넘나드는 3명을 뽑은 뒤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한 196㎝의 장신 김신욱을 넣어 공격수 포지션을 완성했다. 이 중 장신의 김신욱이 선발 혹은 교체로 투입되면 4-4-2 공격 전술의 틀이 바뀌면서 ‘손흥민 시프트’가 가능하다. 김신욱 원톱으로 변환되면서 손흥민이나 이근호가 2선으로 한 칸 내려가거나 측면으로 이동하는 그림이다. 김신욱이 포스트 플레이로 상대 수비수 시선을 끌면 발 빠른 신태용호의 공격 자원들이 2선에서 위치를 자율적으로 변경하면서 유럽의 느린 수비수들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다.

100% 적합한 왼쪽 윙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간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부터 대표팀 왼쪽 미드필더는 권창훈~이재성~염기훈~김민우~김민우~이승기~이창민~이승기로 이어졌다. 왼발을 잘 쓰고 소속팀인 프랑스 디종에서 펄펄 날고 있는 권창훈이 있지만 그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활용될 확률이 높다. 이재성은 엄청난 활동량을 통해 2선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주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노장 염기훈은 체력 문제가 있고, 김민우는 원래 왼쪽 풀백이다. 이승기는 이번 유럽 원정에서 탈락해 러시아행 가능성이 희미해졌다. 토트넘에서도 전방 공격수 포진은 임시 방편일 뿐 결국 해리 케인 뒤에서 측면 공격수로 뛰는 손흥민이 가장 위력적이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을 통해 ‘손흥민 투톱’을 연착륙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수 교체 등을 통해 그의 2선 및 측면 공격수로의 이동도 테스트할 전망이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국들이 손흥민의 스트라이커 전술을 파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제2, 제3의 전술도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4달 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모처럼 펄펄 날았던 손흥민이 한 번 더 골을 폭발시킨다면 신태용호는 공격 고민을 해결하며 수비라인 다듬기에 매진할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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