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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편견이 뿌리 내리는 과정은 흥미롭다.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수용하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을 통해 싹을 틔우는 편견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과정을 거치며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자리잡는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일치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믿지 않으려는 심리현상을 일컫는다. 선택적 지각에서 만들어진 편견이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더욱 고착화되는 게 확증편향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확증편향은 정보화 시대에서 경계해야할 심리현상이다. 매스 미디어가 쓰레기 정보를 필터링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회 구성원들의 기대가치와 획득가치 사이의 갭이 클 경우 확증편향이 늘어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곤 한다. 최근 스포츠계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확증편향 현상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명규 부회장을 둘러싼 비난과 성토가 아닐까 싶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노선영 왕따 주행’으로 불거진 전명규에 대한 일부 빙상인들의 공격은 마녀사냥을 연상시킬 정도로 날이 섰다. 그러나 전명규를 향한 이들의 공격 중 상당부분은 객관적인 조사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게 체육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의 성토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전명규는 머리 위에 뿔이 너덧개나 달린 그런 사람 같다.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전명규의 전횡과 독선은 팩트 자체가 틀린 경우도 있고 연맹 사무국의 행정 실수까지 모두 그의 탓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전명규가 현 집행부의 핵심인사라는 점에서는 제기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진위 여부가 객관적인 조사에 의해 규명되기 전까지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빙상의 작금의 사태가 파벌싸움이라고 규정짓는다면 반 전명규파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A씨의 행태가 전혀 거론되지 않는 게 더 의심스럽다.

국민들이 만약 A씨의 과거 행적을 알게 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것 같아 확인된 몇 가지 팩트를 전하고자 한다. 빙상연맹을 둘러싼 갈등은 2010년을 기점으로 폭발했다. 삼성이 연맹 회장사로 들어온 때는 1997년이었다. 그렇다면 A씨와 삼성은 2009년까지는 그런대로 관계를 유지한 셈인데 도대체 2010년에 들어서면서 무슨 일이 터졌는지 궁금하다. 그 일을 알게 되면 빙상계의 해묵은 갈등 원인을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A씨는 1997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무려 11년 5개월간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활동비 명목으로 연맹으로부터 월 1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ISU 선물비와 식대 명목으로 무려 62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난 연맹의 지원비는 2010년부터 끊겼고 이러한 지원 중단은 전명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계 갈등은 겉으로는 전명규의 독선과 전횡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A씨가 누렸던 각종 특혜가 끊기면서 생긴 감정싸움이라는 게 오히려 더 객관적이다.

객관성과 거리가 먼 확증편향은 멀쩡한 사람의 머리에도 뿔이 돋게 만들 만큼 힘이 세다. 아마도 A씨의 머리에도 뿔은 나지 않았을 게다. 다만 그의 양심에는 뿔이 돋아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아주 많이.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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