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주4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한국 테니스의 대들보 정현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벌어진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달러) 3회전에서 강호 토마스 베르디흐(15위·체코)를 2-0(6-4 6-4)로 가볍게 꺾고 16강에 올랐다.

BNP파리바 오픈은 참가 규모와 우승 상금, 대회 인프라 등이 4대 그랜드슬램 대회와 필적할 만한 위용을 갖추고 있어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고 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정현은 2회전에서 두산 라요비치(91위·세르비아)를 누르고 3회전에서 베르디흐를 만났다. 베르디흐는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와 앤디 머리 등 이른바 남자 테니스 ‘빅4’의 바로 아래 단계에 있는 선수로, 근 10년 가까이 톱10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강적이다. 196㎝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서브가 주 무기다. 정현은 베르디흐와 2차례 만나 모두 2-0으로 패한 바있다.

노련한 베르디흐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호주오픈 4강신화를 쓴 정현은 예전의 정현이 아니었다. 첫 세트부터 잘 풀어나갔다. 2-1에서 베르디흐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1로 앞서 나갔다. 이후 베르디흐가 연속으로 3게임을 따내며 4-3으로 역전했지만 정현은 침착하게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잡으며 4-4 동점을 만든 다음 내리 2게임을 따내며 6-4로 1세트를 가져왔다. 정현이 지금까지 베르디흐를 상대로 처음으로 따낸 감격적인 세트다. 2세트에서도 정현은 1-1에서 이번에도 베르디흐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앞선 뒤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리드를 잘 지켜 6-4로 승리를 확정했다. 강호를 상대로 1시간 22분만에 거둔 멋진 설욕전이었다.

16강에 진출한 정현은 상금 8만8135 달러(약 9400만원)와 랭킹 포인트 90점을 확보했다. 16강 상대는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로 정해졌다. 올해 32세인 쿠에바스는 2016년 세계 랭킹 19위까지 올랐던 선수로 정현과는 이번이 첫 대결이다. 승리하면 8강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와의 재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정현은 지난 1월 페더러와의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발바닥 물집으로 아쉽게 기권한 바 있다.

유인근기자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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