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지고 욕 안 먹은 건 처음…" 전남 사무국이 웃은 이유
    • 입력2018-03-13 05:50
    • 수정2018-03-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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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전남 드래곤즈가 1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리그 홈 개막전에서 전반 박대한의 동점골이 터진 뒤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광양=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초반이긴 하나 전남 드래곤즈 축구가 노란 유니폼처럼 화사해졌다. 상대 감독 뿐 아니라 팬도 전남 축구가 재미있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유상철 감독이 부임한 전남은 지난 1일 수원 삼성 원정으로 치른 K리그1 개막 라운드에서 다이나믹한 협력 수비와 효율적인 역습을 앞세워 2-1 신승하며 첫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11일 포항 스틸러스와 겨룬 홈 개막전에서는 하태균의 페널티킥 실축 불운이 겹치면서 잘 싸우고도 2-3으로 졌다.

전남은 유독 새 시즌 리그 홈 개막전에 약하다. 홈 개막전에서 이긴 건 무려 12년 전이다. 2006년 3월15일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이후 한 번도 홈 개막전에서 웃은 적이 없다. 2007년 FC서울전 0-1 패배 이후 올해까지 12차례 홈 개막전에서 5무7패를 기록했다. 2009년엔 서울에 1-6 대패 굴욕을 경험한 적이 있고, 지난 시즌에도 상주 상무에 1-3 일격을 당했다. 새 시즌 첫 홈 경기인만큼 사무국 직원서부터 관중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을 고려하면 경기 내용과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 전남 관계자는 “어느 구단이든 홈 첫 경기에 많은 관중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경기 결과가 나쁘면 (다음 경기서부터) 1000~2000명 이상씩 관중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독 우리 구단이 홈 개막전 결과가 안 좋다. 오죽하면 수원과 개막 라운드 이겼을 때 ‘아 홈에서 이겼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홈 개막전 12경기 연속 무승을 확정지은 날, 전남 사무국 분위기는 패배한 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 기간 홍보·마케팅 관련 업무를 해온 정구호 부장은 “여러 팬들이 ‘경기가 이렇게 재미있냐’면서 웃으면서 나가더라”며 “개막전 패하고 욕 안 먹은 건 처음”이라고 웃었다. 실제 여러 전남 팬들은 구단 SNS에 “만족스러운 경기력”이었다는 글을 남기고 있다.

전남 축구 색깔은 지난 시즌까지 대동소이했다. 은퇴한 골키퍼 김병지와 수비수 현영민을 포함해 최효진 등 베테랑 수비 요원을 중심으로 뒤에서 중심을 잡은 뒤 측면 위주로 공격을 전개해 스테보, 페체신 등 높이와 힘을 활용한 원톱 공격수를 활용해왔다. 모험보다는 안정이었다. 잘 될 땐 잘 풀리지만 무너지면 한 없이 무너졌다. 지난 시즌 14경기 무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선수 시절 공격부터 수비까지 멀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린 유 감독이 부임한 뒤로 단기간에 팀 색깔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포항전에서도 유 감독의 색깔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수원전처럼 전방에서 강력한 압박 수비가 돋보였다. 공격으로 나설 땐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전방 공격수간의 삼자 패스를 통한 기회 창출이 눈에 띄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짧고 빠른 패스 전개)’를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면서 광양전용구장을 가득메운 1만1036명의 관중이 열광했다. 1-1로 맞선 후반 7분에도 박준태~최재현~하태균~완델손~유고비치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유연하게 공을 주고받은 뒤 박준태가 재차 이어받아 문전 돌파에서 페널티킥을 끌어냈다. 하태균의 실축이 아쉬웠지만 전남의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삼자 패스 전개 등) 그런 부분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축구를 이렇게 하면 상대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비 위주 축구를 하면 관중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경기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공격적으로) 늘 최선을 다하면 관중이 축구의 재미를 느낄 것”이라며 결과와 내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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