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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여성 5인조 밴드 마르멜로(현아, 유나, 도은, 다은, 가은)는 기획사에서 만든 ‘아이돌 밴드’가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이팀은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그룹이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큰 화제를 모은 여자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처럼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끈끈한 팀워크다. “우린 팀원들 말고는 친구가 없다. 이 친구들이 없으면 우린 ‘왕따’”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를 아낀다.

‘밴드돌’을 표방하는 마르멜로는 지난 9일 첫 EP앨범 ‘웨이크 미 업(Wake Me Up)’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 앨범은 크라우딩펀드를 통해 팬들이 투자한 1500만원으로 만든 앨범이라는 점이 특징. 타이틀곡 ‘웨이크 미 업’은 마르멜로 특유의 상큼함과 발랄함으로 똘똘 뭉친 곡이다.

이 팀의 결성 과정은 ‘팀 킴’을 연상케 한다. 기타리스트 유나와 베이시스트 도은은 중학교 때 같은 밴드부 출신. 이들은 상계동 청원여고에 입학해 학교 밴드부에서 보컬리스트 현아와 키보디스트 다은을 만나 함께 팀을 결성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마땅한 드러머가 없어 수소문하던 찰나 같은 동네에 사는 동갑내기에 ‘얼굴도 예쁘고, 드럼도 잘친다’고 소문이 난 드러머 가은에게 연결해 고3때 5인조 완전체 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두차례 싱글(퍼펫, 캔트 스탑)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결성은 지난 2015년 이뤄졌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같은 관계로 지내다 보니 잘 뭉쳐진다. 매일 보는 사이지만 만나면 우린 쉴 새 없이 떠든다.”(유나) “사람들이 안 싸우냐고 자주 묻는다. 물론 싸울 때도 있지만 서로 너무 잘 아니 금방 서로 사과하고, 바로바로 풀린다. 친구들과 놀고 합주하는 게 일이 되니 너무 행복하다.”(도은)

다은이 “서로가 서로 말고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싸우면 나만 손해”라고 하자 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친구들이 없으면 나는 왕따”라고 덧붙였다. 현아는 “며칠 안보면 멤버들이 보고 싶더라”라고 말했다.

만 21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신인급 밴드이지만 이미 라이브 공연 횟수만 무려 200여회에 이른다.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태국 빅 마운팀 뮤직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렛츠락페스티벌 등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과 홍대 라이브 클럽 공연을 통해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쌓아왔다. 다은은 “합주하고 공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그냥 우리 일이니 공연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 안하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물었다. 멤버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5월 공식 데뷔 이후 한달여 만에 단독 공연을 했는데 200~300여 관객이 모였다. 울컥했다.”(다은)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공연을 했는데, 첫 해외 공연이라 기억에 남는다.”(가은)

“지난해 8월 한창 더운 날 오후 2시 신촌 길거리에서 했던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땀이 엄청 나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지만 관객들이 많아서 힘을 냈다.”(유나) “지난해 6월 차량 지붕에 악기들을 싣고 대구 공연을 가는데 악기들이 도로에 떨어져 모두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결국 악기를 빌려 어떻게든 공연을 마무리지었다”(도은) “지난 1월 수만명이 모이는 장소에서 공연을 하는데 너무 건조해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노래를 불렀던 게 기억에 남는다.”(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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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 여성 밴드의 성공 사례는 90년대 후반 한스밴드 외엔 많지 않다. 이 팀은 여러 편견과 싸우며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멤버들은 팀 이름인 마르멜로의 꽃말이 ‘유혹’이듯 가요계를 유혹하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다.

도은은 “우릴 처음 본 분들은 아이돌 밴드로 알더라. 밴드로 나왔지만 댄스 그룹으로 전향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지만 우린 춤도 못추고, 보컬 현아 외엔 노래도 잘 못한다. 우리는 록을 좋아하는 밴드”라고 말했다. 현아는 “여자 멤버로만 이뤄진 밴드라 힘이 없을 거란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의 공연을 보면 우리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유나는 “여자가 무슨 기탸, 드럼, 베이스냐는 말을 이따금 듣는다. 여자는 음악을 잘 못한다, 힘이 없다는 편견도 있다.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멤버 모두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다. 여자도 음악을 잘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롤링컬쳐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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