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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게임산업의 큰 축은 이용자와 게임기업이다. 하지만 관련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산업이건 이를 뒷받침하는 학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게임산업은 콘텐츠 산업의 핵심으로 성장하고 있고 사회 각 분야에서의 공격도 만만치 않아 학계와의 긴밀한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학계와 게임 업계가 함께 소통하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서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역할을 할 주인공이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가지며 논문 발표와 집필 활동은 물론 정부 정책 등을 제안해 온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위 교수는 학자이면서도 실행 능력까지 갖춘 인물로 꼽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게임업계를 하나로 모아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을 결집해 공개 지지 선언에 나서는 등 남다른 실행 능력으로도 주목받았다.
지난 1월 18일 제 9대 게임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위정현 회장을 만나 한국 게임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중요한 시기 게임 학회장을 맡았다. 한국 게임 산업의 현실을 진단해 준다면?현재 게임산업을 진단한다면 양적 성장과 질적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양적인 측면을 본다면 지금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수출은 6조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산업 내부적으로 보면 기존 게임 회사 특히 ‘4N’사로 불리는 빅4(넥슨, 엔씨, 넷마블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이 거의 60% 이상을 넘어서는 독과점 형태의 산업구조다. 메이저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양적 성장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은 문제다. 일례로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의 플랫폼 전환이 늦었다. 또 현재 유통 중심의 산업구조가 정착돼 버려 모바일게임에 있어서는 구글과 애플, 온라인게임에서는 스팀 같은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산업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 한국 게임 산업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을 꼽자면? 그 이유는?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규제, 민간 차원에서는 게임사의 혁신역량 고갈이다. 정부 규제를 보면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산업은 대략 2010년 전후를 정점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이후 모바일게임으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정부 규제는 오히려 더욱 강화됐다. 대표적인 규제가 셧다운이나 4대중독법이다. 특히 게임을 술, 담배, 마약과 동일하게 보는 4대중독법은 국민의 게임에 대한 인식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민간의 혁신역량 고갈은 정작 자금력이 있는 메이저 게임사들의 새로운 게임에 대한 부단한 시도가 사라졌다. 오히려 중소개발사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예를 들면 배틀그라운드는 중요한 게임 플레이 방식의 변화를 제시해 주었는데 이런 것들이 메이저 게임사에서 나오지 않고, 블루홀이라는 중견 게임사에서 나왔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향후 AI나 빅데이터, IoT와 같은 게임산업의 기반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적극적으로 게임과 결합시키기 위해서 메이저 게임사들이 노력을 해주어야 한다.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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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도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어떤 방향성으로 정책을 만들고 끌고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정부는 규제 정책보다 진흥 정책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진흥은 특히 성숙기 단계의 산업전략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게임산업 전략을 보면 산업의 라이프사이클이나 산업에 대한 분석이 결여된 상태에서 마구잡이식 산업정책이 양산되고 있다. 성장기와 성숙기의 산업전략이 다르고, 산업 초기 전략과 후기 전략이 다르다. 진흥정책에 있어서는 산업 성숙기 산업 정책 그리고 새로운 혁신적인 플레이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규제 정책에 있어 최근 등장한 WHO의 게임중독코드가 심각한 이슈다. 민간 측면의 해결방안은 메이저 게임사들의 혁신을 위한 노력, 양극화된 생태계 복구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우선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학회는 전문가 집단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비판을 하겠다. 학회에서는 규제와 진흥정책 양쪽에 있어 규제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고, 진흥 정책도 효과 없이 늘어놓기식의 세금 낭비 정책은 비판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중독코드에 대한 대응도 시작하고 있다. 게임중독코드 대응을 시작하면서 드는 느낌은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산업계는 준비를 안 했나’ 하는 의아함이었다. 이런 의문이 든 것은 보건복지부와 정신과 의사들이 준비해 온 과정을 학회TF에서 분석했는데 그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예를 들어 2017년 가을 WHO 콘퍼런스가 도쿄에서 개최되었다는 것을 발견했고, 올 10월 같은 WHO 콘퍼런스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또 보건복지부가 3년에 100억짜리 프로젝트를 만들어 정신과 의사들을 지원하면서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근거 데이터를 만들고 있었다.
- 직접적으로 전국 게임 관련 학과를 조직화해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향후 계획과 기대효과는?관련 계획은 올해 초 취임사에서 발표했다. 이미 10여개의 게임 관련 학과 대표가 모여 가칭 게임 관련학과 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4월 정도에 발족시키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게임학과뿐 아니라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전공과 학과들을 광범위하게 조직해서 인력 수급에 있어 생기고 있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mismatch)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산업계가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런 수요에 대한 매칭이 왜 안 되는지를 파악해 대응할 예정이다. 산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강사나 인턴 같은 교류를 시도할 것이고, 교육 커리큘럼에 있어서의 혁신도 시도할 것이다.
- 위정현 교수가 이끄는 게임 학회의 단기 목표는 무엇인가?올해 게임학회의 단기목표는 게임중독코드 저지이다. WHO가 5월 게임중독코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도입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해 도입을 저지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2차 목표는 국내 도입을 저지하는 것이다. 만약 WHO에 게임중독코드가 도입된다면 보건복지부나 정신의학계에서는 한국에 중독코드를 도입하려고 바로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 장기적인 목표는?게임산업의 생태계 복구와 건전화가 장기 목표다. 정부 측면에서 게임 관련 예산이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실제로 많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전략이다. 예를 들어 GSP(Global Service Provider)라는 사업이 있다. GSP 사업은 정통부에서 만들어 문체부에서 실행되고 있는 사업으로 현재 미국의 스팀과 비슷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 잘 안 되었던 게임들을 그 플랫폼에 올려 기사회생시켜 해외에서 엄청난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10여년전 이러한 시스템이 사라졌다.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
게임산업계에 대한 분석과 평가도 장기적인 과제다. 예를 들어 산업계의 규제 철폐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본다. 규제 철폐를 위해서는 우선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지난 15년을 생각해 볼 때 국민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과연 얼마나 바뀌었나 회의적이다. 한국 대부분의 가정은 여전히 게임 때문에 자녀와 부모가 갈등을 빚고 있다. 게임사는 돈을 벌었지만 많은 부모는 게임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메이저 게임사들은 그러한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이러한 점에서 학회는 게임산업 생태계에 대한 분석과 게임사의 사회적 활동 공헌에 대한 분석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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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대 한국 게임 학회 출범식을 하면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넥슨 회장,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이준호 NHN 엔터테인먼트 의장 등 한국 게임 산업을 이끌어온 핵심 인사들과의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그 안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하고 싶은 것인가?
1차적으로 게임중독코드에 대한 강력한 반대 결의다. 더불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라던 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의미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게임산업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 있다는 점, 게임이 4차산업혁명에서 굉장히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게임중독코드가 왜 잘못되었는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2004년도에 만들어진 게임산업협회의 경우 창업자들이 나서서 열정을 가지고 게임에 대한 인식과 사회 공헌을 위해 논의했었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열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만일 게임산업협회 초기와 같은 결연한 의지, 그 당시 한국 사회나 정부가 게임산업협회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인정하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은 창업자들이 나서서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한 모습이 다시 보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게임중독코드가 도입이 된다면, 창업자들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 중앙대학교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을 만들었다. 전공을 만든 취지는?취지는 게임이 4차산업혁명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약칭 메가스쿨)은 독립된 학부는 아니다. 학생들은 주 전공과 융합전공 두 가지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일차적인 자기의 전공인 경영, 공학, 예술, 사회과학 등 주 전공 배경을 가지고 융합전공 수업을 듣는다. 메가스쿨을 통해 창작자로서의 역할,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 또는 각각의 분야를 아우르는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융합전공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게임을 넘어, 애니메이션, 영화. 금융, 방송 등으로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 향후 이러한 모델을 확대할 생각은 없는가?현재의 메가스쿨이 발전해 융합학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대학원 과정과의 연계, 확대도 고려 중이다. 현재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진 커리큘럼을 보면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이나 IBM의 P-TECH가 있다. 특히 다른 학교 교수들도 우리의 노력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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